바스 카스트: 선택의 조건,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선택의 조건》, 정인회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2012

'선택의 조건'은 곧 '선택의 선택'이다. 즉, 선택의 영속성이다. 끊임없는 선택의 망설임 속에서 현대인은 불안을 느끼며 원하는 선택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행복하지 않다는 불편한 결과가 도출된다. 저자인 바스 카스트는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이다. 인문학적 현상을 과학적 근거를 들며 조목조목 풀어헤치는 모습은 상당히 신빙성을 보인다.

책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많은 연구조사 결과를 통해 그는 왜 인간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에서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시도한다. 많은 연구 사례가 있지만, 그 중 나를 즐겁고 흥미롭게 했던 세 가지 얘기와 함께 바스가 얘기하고자 하는 선택의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잼의 종류가 많을수록 식욕이 떨어진다

시식 코너에는 6가지의 잼을 시식할 수 있으며 실험자들은 잼을 시식 후 좀 떨어진 곳에서 원하는 잼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한 시간 후 좀 더 많은 24가지 잼을 시식 코너에 놓아두었고 실험자들은 같은 조건 속에서 시식 후 잼을 구매하였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먼저 인원 동원력에서 본다면 다양한 종류를 진열했던 두 번째 실험이 우세를 보였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더 다양한 제품을 보고 싶어하고 그중에서 선택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매 결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24가지 잼을 통해 다양한 시식을 한 실험자들은 정작 구매 시점에서 주저하거나 선뜻 구매하지 않았다. 또한, 6가지 잼을 시식 후 구매한 사람보다 구매력도 떨어지며 정작 구매 후 만족도도 뒤처졌다. 결국, 다양한 시식을 통해서 탁월한 제품, 본인이 만족한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도가 높게 나올 것을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단, 잼이 아니어도 좋다. 비슷한 실험인 초콜릿 구매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발견되었다.

간단한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넘쳐나는 선택의 순간에 달콤한 시간을 만끽하기는 했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기는 쉽지만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어렵게 선택한 제품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니. 왜 우린 이런 고통 속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실망하고 있는가?

아미시파 사람들의 선택

바스는 선택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독특한 문화를 소개한다. '아미시파'는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종교적 사회 속에서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고수하고 살아가는 신앙공동체이다. 소개되는 아미시파의 일례로는 의료보험이 가장 적절할 듯싶다. 소득의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의료 보험에 가입된 우리는 몸이 아플 때마다 병원을 찾고 보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아미시파는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공동체 일원 중 병원을 찾아 치료 비용이 발생한다면 함께 돈을 모아 그 비용을 지급한다.

부가 축적될수록 사람과 사람의 신체적 접근 거리가 멀어진다는 본문의 연구결과와 같이 현대인들은 아미시파의 공동체 생활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을 모아 공동체 일원의 치료비를 내는 개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결국, 부의 축적을 통해 다양한 선택 속에서 행복한 결과를 얻고자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은 아미시파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제는 가장 어려워진, 친밀한 핸드폰 대화

‘친밀한 핸드폰 대화’는 책 속의 소제목을 인용했지만 적절한 말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핸드폰이라는 말을 빼야 현대 생활에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최근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인간의 조건>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는 핸드폰은 그와 동시에 최악의 발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핸드폰과 인터넷 그리고 TV 시청을 금하면서 아날로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첫 회에서 출연자들은 현대의 필수품과도 같은 발명품을 몰수 당하고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차단되며 극심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방송에서는 집 전화를 설치하면서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통로를 개설하고 과거의 추억 속에 잠긴다.

2회의 방송 동안 재미있는 사실은 핸드폰이 없는 시절에는 지금과는 달리 친구들은 서로의 부모님을 알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 유대감을 형성했다. 또한, 최소 10개 정도의 필요한 전화번호를 기억했으며 기억하지 못하는 번호는 메모장에 소중히 적고 간직했다. 연말 선물로 전화번호 수첩이 추세였던 시기도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핸드폰을 분실한다면 이 모든 유대감이 끊어지고 고립되고 말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점점 빨리, 보다 더 많이

영화 쇼트(영화의 연속촬영 장면)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사실이다. 최근 케이블 방송을 통해 2008년 개봉했던 <빈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를 시청했다. 영화는 12시를 가리키며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곤 다시 12시로 회귀하고 또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동일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처음 몇 번은 그런가 보다 하면서 유심히 시청했지만 세 번째 12시의 회귀 장면에서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뭔가 진행이 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빠른 전개에 익숙한 나에게 지속해서 반복되는 장면은 답답하기만 했다.

다음에 안 사실이지만 빈티지 포인트는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을 8명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영화로 12시와 12시 23분을 무려 8번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계속 시청했다면(그런 일은 없었을 테지만) 답답한 마음에 TV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빠른 사건 전개를 원하는 현대인의 주목적은 더욱 더 많은 정보를 얻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즉,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는데 익숙하며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시대의 흐름인가. 이것을 거역하면 사회에서 사장되고 마는 것인가.

본인의 의지로 겪는, 시행착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암울한 세상 속에서 행복할 수는 없지 고민해봐야 한다. 답은 본문의 수많은 연구 결과에 나와 있다. 또한, 저자 바스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짧은 말은 나 자신도 무척 공감하는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유행을 따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쫓아가고 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불행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결론을 자신이 떠안고 있다. 정말 본인이 선택한 것인가? 자신의 의지로 그 많은 유혹을 떨쳐버리고 선택한 것이 지금 본인의 손에 움켜진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본인의 의지로 선택했다는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실천만이 그 해법이라고 바스는 말한다.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바르다 생각하는 결론을 도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면서 겪는 시행착오가 핵심이다. 유행에 쫓겨 선택하고 남들이 하니 시대에 뒤처질까 두려워 택했다면 그것은 의지가 아니다. 이런 이유라면 시행착오의 의미가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소유’도 수많은 선택의 조건 속에서 본인 스스로 선택한 한 결과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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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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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3개 입니다.

      • 서평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예전에 티스토리 또는 네이버에 작성했던 것을 이곳으로 다시 옮겨봅니다.

        자신의 흔적을 망각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군요. 혹시, 이미 읽으신 분은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바랍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드러냄인데 방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

        처음 사진을 시작하는 분이 대부분 사진 기술 서적과 장비에 집착하는 것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더군요.

        장문의 댓글인데 몇줄로 답변을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복합적으로 많은 질문이 내포하고 있어 한 가지만 주목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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