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한참 긴 녀석이 분명하다

‘띠리링’ ‘띠리링’ 같은 소리가 두 번 들렸다. 내가 두 번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그 소리는 나를 두 번 찾아왔다. 신호등에서 울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는 음성어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첫 음은 귀를 찌르고 나머지 두 음은 귓속을 맴돈다. 아마도 ‘o'이 갖는 묘한 울림이 그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 음향신호를 시작으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또각’ ‘또각’ 아스팔트를 때리는 구두 뒷굽 소리는 언제 들어도 그 경쾌함보다는 삭막함이 느껴진다. 마치 내가 사는 곳이 도시임을 알리는 소리 같다. 그렇다고 요즘 시골에 아스팔트를 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도시 반대편은 사람이 살지 않는, 살고 있어도 얼마 없는, 그런 곳인가 보다. 어쭙잖은 낭만이다.

세찬 바람이 양 귀 곁을 지나갔다. 어찌나 거친 바람인지 귀가 멍할 정도다. 바람은 한 녀석일까, 두 녀석일까? 바람은 길고 긴 한 녀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녀석이 들려준 소리는 마치 제주 앞바다에서 사는 바람 녀석이 들려 준 소리였는데 두 번째 녀석도 같은 소리를 하고 지나갔다. 세 번째도, 네 번째 녀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합창이 같은 소리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이렇게 같은 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바람은, 한참 긴 녀석이 분명하다. 키 큰 녀석인가? 그건 알 수 없다. 마치 바람이 사람과 같이 머리 또는 다리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녀석은 한참 그렇게 소리를 내고 지나갔다.

이미지 맵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0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