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구름 그리고 다섯 개 별

손이 얼어 손등 피부가 갈라질 정도로 추운 밤이다. 내 둥근 시야에 하얀 구름이 가득 찼다. 까만 밤하늘에 하얀 파스텔을 흩여 뿌린 듯 무심하면서도 촘촘한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살을 에는 추위 탓인지 구름 등에 살짝 투명한 파란빛이 난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던 구름은 건물 한 모퉁이와 맞닥트린다. 그러나 마치 투명인간 마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퉁이를 스쳐지나 건물 위에 머문다.

내가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왜 이렇게 가깝게 느꼈는지 알 수 없다. 둥근 시야에 구름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바로 내 앞에는 회색 벽이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도 가까이에 있어서 하나의 배경을 이뤘다. 물론 실제로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는데 둥근 시야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마치 카메라 눈처럼 회색 벽은 희미하게 초점이 맞질 않았다. 회색 벽을 넘어, 나와 회색 벽만큼 떨어진 거리에는 측백나무를 닮은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누구라도 낮에 그 나무를 보면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난 그렇게 확신한다. 너무도 가여운 모습이다. 가지는 메말라 있고 드문드문 죽음의 색을 드리우고 있다. 곧게 뻗어야 할 나무는 오른쪽으로 조금 휘어졌다. 만약 휘어진 정도가 심했다면 어떤 예술작품을 보듯 감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살짝 휘어졌다. 균형이라는 것이 아예 맞질 않으면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조금 맞질 않으면 굉장히 신경 쓰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나무를 밤에 본다면 이런 측은하고 가여운 마음은 사라진다. 세밀했던 장면이 사라지고 외곽선만 남는다. 마치 ‘별이 빛나는 밤’에서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를 보는 듯 착각이 든다. 가끔 달빛이라도 내리는 거룩한 밤이면 나무는 더욱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러나 나는 그날 밤, 회색 벽을 지나고 사이프러스를 지나 건물 외벽을 스쳐 하얀 구름을 보았다. 본다는 것은 선택하는 행위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다른 사물들이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구름을 쫓아 넋을 잃고 추위도 잊고 마냥 구름을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조금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놀라운 모습이 둥근 시야에 드러났다. 마치 깜빡이는 형광등을 보고 있다가 불이 켜지는 순간, 잠시 눈을 찡그리던 그런 순간이었다. 조그만 별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나는 왼쪽에, 둘은 가운데, 셋은 오른쪽에 있었고, 둘 위에 넷이 있었고 둘 아래에 다섯이 있었다. 넷과 다섯의 간격은 하나와 셋 간격보다 두 배 정도 길었다. 아, 숨이 막혔다. 왜 숨이 막혔는지는 잠시 후 알게 되었다. 내가 보고 있던 다섯 개의 별은 바로 어머니가 사는 곳에서 본 그 다섯 개의 별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추운 밤이었다. 잠시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머니가 내 곁에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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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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