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진이 어떠냐고 내게 물었지만, 난 뭐라 답할 수 없었다

“메인 사진 어때요?”

그는 사진집을 보고 있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뭐라 말해줘야 할까. 괜찮다느니 좋다느니 하는 인사치레 말이라도 해줄 걸 그랬나. 어쨌거나 난 아무런 말을 해주지 못했다.

그가 낸 책은 판본 정보가 없어 정확하지 않지만, 크기는 대략 손바닥만 하고 독립출판 형태의 사진집이다. 왼쪽에는 글이 오른쪽에는 사진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많이 제작되고 있는 여행사진 에세이다. 이런 형태는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주요 얘깃거리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다음 브런치에서도 유사한 주제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문득, 여행 사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여행은 여러 의미가 있다. 아니, 각각의 여행자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 없으니 이런 의미에서 여행의 의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미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여행사진 에세이에서 비슷함을 느끼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걸은 길을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사진,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은 이렇게 설명이 된다. 그렇다고 그의 사진집 (이런 아직까지 제목을 말하지 않았군!) 『가난한 내 얼굴을 보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따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글과 사진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곳저곳 다른 나라를 다니며 찍은 사진은 여행사진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는 몇 곳이 보인다.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옳고 그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이 주는 의미는 ‘의미 있음’이다. 이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가 가지치기 힘들다. ‘의미 없음’이 주는 진정한 의미이다. 다행스럽게도 글을 읽고 난후 곧바로 사진을 보지 말고, 글을 어느 정도 읽고 사진을 여럿 함께 보면 꽤 재밌는 일이 생긴다. 아까도 말했지만, 글과 사진은 관련이 없다. 그래서 그의 사진집은 이렇게 봐야한다. 괜스레 글과 사진을 연결하려고 하면 머리만 아플 뿐이다. 더군다나 글도 ‘이거 진짜일까?’와 같은 질문보다는 ‘현실에서 있음직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사진집은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보면 좋다.

다른 얘기지만, 이런 형태를 규정하는 말이 ‘사진집’ 말고는 없을까? ‘글+사진’은 좀 그렇고, ‘글=사진’은 아니고, ‘글-사진’은 이어지고, ‘글|사진’은 또 너무 갈라지고. 여하튼, 글과 사진 중간에 어떤 세계를 구분하는 기호가 들어서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글{}사진)집.

이미지 맵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0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