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한번은, 구경꾼과 촬영자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양쪽 입장에서 사진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 의해 사진 찍히는 시대에 꽤 괜찮은 물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을 준비하면서 뭔가 어긋남을 알게 되고 그렇게 프로젝트는 멈췄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사진가 장 모르의 말을 듣고 보니 참 잘한 일이구나 싶다. 모르가 한 말은 이것이다. “나는 문득 내가 양쪽의 입장 모두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이런 가정은 늘 위험하지만) 내가 출판을 했다면, 가슴 한 구석에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살게 되었을 것이다. 글이야 언제라도 지우고 다시 쓰면 되지만 책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더구나 난 이제 촬영자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점점 구경꾼이 되어 간다.

그러나 다소 희망은 있다. 그것은 내가 부족한 것,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이를 만난다는 희망이다.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날이 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나는 이런 날을 꿈꾼다. 누군가 찍은 사진을 즐겁게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조금 알거나 또는 참 친한 사람이면 좋겠다. 서로 스스럼없이 사진을 얘기할 수 있고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 그래야 입에 바른 소리가 사라진다.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다는 둥, 구시렁대는 소리도 하고 싶고, 이건 참 좋다는 둥, 가볍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말을 해보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존 버거와 장 모르, 두 사람이 참 부럽다.


* 존 버거·장 모르,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이희재 옮김, 눈빛출판사, 2004,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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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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