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말하고 싶은 이유

내게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였다. 그것이 지속되면 취미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출사를 가거나 또는 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시작한다는 것이 꼭 시간에 근거한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 입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선에 놓으면 제각각 한 점을 차지하겠지만, 현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간 끝자락에 지금이 있다. 지금은 늘 다음을 바라본다. 이런 의미에서 시작은 늘 다음을 지향한다.

다시 한 번 내게 묻는 질문, 사진을 시작한다는 그 의미는 취미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는 것도 아니고, 사진이 궁금해 막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때도 아니다. 취미로 시작하건, 다른 이유로건, 사진을 하던 가운데 불현 듯 지금까지 찍은 사진에서 허무감을 느끼며 자신 깊숙이 가라앉은 그 어떤 것을 갈망할 때가 있다. 그때 비로소 제 사진은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이럴 때 사진에 대해 얘기할 말벗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포토닷 2월호 ‘핑퐁테이블 토크: 망했다는 주제파악’ 꼭지에 이런 말이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사진씬은 서로 만나도 별 이야기가 없어요. 무슨 작업을 하고, 어떤 것이 관심이 있고, 어디에 가서 무얼 보는지 이야기를 안 해요.” 작가들도 이럴진대 막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은 오죽하랴. 자신 깊숙이 숨은 그 어떤 것을 끄집어내고자 하면 궁금한 게 많아진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다른 말이지만, 매체마다 차이를 구별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사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어쨌든, 궁금증이 폭발할 때 말벗과 함께하면 많은 위로를 삼을 수 있다. 말이 쌓이면 화병이 생긴다.

대부분 말을 할 수 없어 사진을 멈추게 된다. 말 못하는 사진이 그것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사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미지의 힘이 틀 밖을 뛰쳐나가는 바로 그 상상이라고 하지만 자신부터 지친 상태에서 틀을 깨트릴 여유가 없지 않은가. 사진을 얘기하고 싶어서 갤러리에 드나든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사진 얘기를 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 모두 같은 생각이라 여겼으니 너무 순진했나 보다. 잘 다듬어진 말만 하고 싶었는지, 모두들 사진 얘기는 없었다. 사는 얘기뿐이다. 아무리 사진이 삶이라고 하지만, 삶이 사진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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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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