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을 극복한 은수미 의원의 진실 발언

지금 국회에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연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이 국회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야당은 무제한토론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제한토론 가운데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했던 부분이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은 의원은 안기부 공포가 상당할 텐데 그것을 이겨냈다. 마이크 앞에 서서 10시간 18분을 발언하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함돈균은 『사물의 철학』한 꼭지인 ‘마이크’에서 마이크를 이렇게 정의했다. “무의식의 무대에서는 심리적 억압으로 표출될 수 없었던 심리적 진실이 상연된다.”*

이런저런 자리보다 마이크 앞에 서서 말한 것이 널리 사람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한 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은 의원은 무제한토론동안 언급한 과거 안기부에서 겪은 경험은 그래서 가슴 아프고 용기 있는 발언이다. 마이크 앞에 선다는 것은 은 의원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음에도 그것을 10시간 18분 동안 극복했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토론을 끝내고 동료 의원과 부둥켜안으며 오열하는 은 의원을 보면서 얼마나 떨었을까 싶어 안쓰럽다.

국회는 늘 고성이 오가는 일방적인 모습뿐이다. 하지만 이번 무제한토론을 통해 국회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듣는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진실의 깊이가 아닐까”**라는 함돈균의 말처럼, 이번을 계기로 국회는 마이크로 고고장을 만들지 말고 진실한 말을 하는, 진실한 모습을 찾길 바라마지 않는다.

지금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무제한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 함돈균, 『사물의 철학』, 세종서적, 2015, 83쪽
** 앞의 책, 84쪽

이미지 맵

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사진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0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