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네 집쪽으로: 달콤한 사탕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민음사의 「스완네 집 쪽으로」으로는 두 권으로 갈무리된다. 첫 권은 (실제로는 초록 계통의 색이지만) 색이 바랜 탓인지 내게는 약간 헛구역질이 날듯한 민트색으로 보인다. 조금은 두려운 맛이지만 가끔 끌리는 날이 있는 색상이다. 특정한 색상의 이름만으로 맛이나 향을 나타내는 것이 더러 있다. 민트색도 그런 종류 가운데 하나이다. 민트의 향과 맛에 익숙해질 때쯤 나는 두 번째 색상,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보라색의 책을 꺼내 들었다. 이때가 벌써 2년 전 과거 얘기가 됐지만 말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도무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끝도 없는 우물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짬짬이 프루스트가 내게 일으킨 풍부한 감정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반드시 그 내용을 인용하며 순간의 기쁨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라색 책을 꺼내든 이후로 짜릿하게 맛 본 감정들은 늦은 밤 내 머리맡에 그대로 두고 왔다.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들은 출근 전철 안에도 존재하며 나른한 휴일 오후, 간지러운 햇살이 비추는 소파 끝자락에 잠자고 있다.

처음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을 당시보다 책을 찾아서 읽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왜냐하면, 늘 책을 읽고 있으면 어김없이 나른한 졸음이 찾아 왔고 어린아이가 심부름의 응당한 보상으로 사탕을 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들 곤 했는데 이제는 그 달콤한 보상보다 그저 사탕에만 관심이 쏠린 탓이다. 일상의 피곤함은 사소한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그저 마지막 끝자락만을 탐하는 단순한 인간을 만든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일상의 피곤함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전철 안에서 프루스트 읽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피곤한 탓에 자리에 앉는 즉시 달콤한 사탕에 이끌려 잠을 청하곤 한다. 보라색 책처럼 갈색 책도 일상의 치열함을 증명하듯 곳곳이 찢기고 생채기가 생길 때쯤 아마도 다음번 글쓰기는 갈색 책에서 느낀 어떤 감정들을 적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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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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