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는 더 이상 빨래만은 아니리라.

생존의 증거, 2013

금창동에 벽화가 조성된 지 약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년, 쇠뿔고갯길에 조성된 모든 벽화를 보고 싶어 일대를 돌아다닌 일이 있었다. 보고 싶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고 그것을 사진으로나마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총 32개의 벽화가 금창동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아직 모든 벽화를 카메라에 담지 못했지만, 그 욕망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욕망이라는 것은 참 요상하다. 꺼진 듯해도 활활 타오르니 말이다.

인천골목문화답사를 다녀오던 중 '오후의 바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벽화와 나와의 거리는 10m, 적당한 거리이다. 이 적당한 거리에서 벽화를 보니 작은 변화가 보였다.

내 기억 속의 '오후의 바람'은 벽 전체를 온전히 드러내며 그 기품을 과시하고 있다. 헌데, 무엇인가 그것을 가리고 있다. '빨랫줄'과 '화단'이 그것의 정체다. 누가 이렇게 했을까?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내 기억을 지우고 내 시선을 뺏은 이는 누구인가?

편안하게 '오후의 바람'을 보았던 그 어느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도, 저곳도, 온통 막혀있다. 온전히 녀석을 볼 수 없음에 울분이 터져 나온다.

불현듯 바람이 분다. 나의 열분을 식혀줄 고마운 바람. 아, 이런.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 내가 갈망하고 소유하려 했고 지금까지 보고 있던 벽화는 숨 쉬지 않는 벽화였을 뿐이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생생한 증거물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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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존

사진을 읽는다는 것. 글쓰기. R을 알아가는 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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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저냥 활동했던 블로거였습니다. '롤패'로 활동했고 일상적인 내용만 소개했습니다. 조금 자각이 일었는지 잠시 딴청을 피우다가 다시 오게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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