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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R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집생

세 달 만에 ‘집생’ 이야기를 다시 적는다. 6월 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2차 심의 외엔 R에게 큰일은 없었다. 내년 2월까지 R의 취학은 유예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 중학생은 퇴학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예로 일말의 기회를 둔다. 물론, 여기까지 온 대부분의 당사자는 정원외 학적 관리를 희망한다.R도 나도 처음 하는 공부에 힘들었다. 나에겐 중학교 공부가 두 번째지만 처음과 다름없다. 내 역할은 R과 같이 공부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데 있다. 겉으론 이렇지만, 나는 R에게 내심 바라는 게 있다. 나는 R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내가 처음 시도했던 방법은 R에게 한 학기 커리큘럼을 작성해보라는 것이었다. 불안한 ..

세 달 만에 ‘집생’ 이야기를 다시 적는다. 6월 말,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2차 심의 외엔 R에게 큰일은 없었다. 내년 2월까지 R의 취학은 유예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 중학생은 퇴학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예로 일말의 기회를 둔다. 물론, 여기까지 온 대부분의 당사자는 정원외 학적 관리를 희망한다.R도 나도 처음 하는 공부에 힘들었다. 나에겐 중학교 공부가 두 번째지만 처음과 다름없다. 내 역할은 R과 같이 공부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데 있다. 겉으론 이렇지만, 나는 R에게 내심 바라는 게 있다. 나는 R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내가 처음 시도했던 방법은 R에게 한 학기 커리큘럼을 작성해보라는 것이었다. 불안한 ..

밝은 방: 26(분리로써의 역사)

밝은 방: 26(분리로써의 역사)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바르트는 옛 사진들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물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며 결코 알 수 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르트가 포착한 어머니의 모습은 ‘역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기간”*을 뜻한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구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주의력은 어머니로부터,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장신구로 옮겨간다. 옷의 유행이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어서,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2의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우리가 고인을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생전 몸..

바르트는 옛 사진들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물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며 결코 알 수 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르트가 포착한 어머니의 모습은 ‘역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기간”*을 뜻한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구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주의력은 어머니로부터,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장신구로 옮겨간다. 옷의 유행이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어서,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2의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우리가 고인을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생전 몸..

라이트세이버로 포스와 문지기를 물리치자

라이트세이버로 포스와 문지기를 물리치자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잘 읽고 있어요. 알고 계시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7월호, 2~3면 인쇄 오류를 발견했다. 비슷한 사연이 있으면 위안이 될까 싶어 공식 사이트에서 관련 안내를 찾았다. 아쉽게도 관련 안내를 찾질 못해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다.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물어보면 뭐라고 말하지?’ 이런저런 질문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문의를 남긴지 채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끔 인쇄 오류가 있다고 한다. 등기우편으로 다시 발송해준다며 죄송하다고 한다. 사실, 전화 한 분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죄가 있다면 인쇄기 탓이니까. 검수하는 사람 탓이라고? 어떻게 일일이 인쇄 오류를 확인할 수 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

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잘 읽고 있어요. 알고 계시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7월호, 2~3면 인쇄 오류를 발견했다. 비슷한 사연이 있으면 위안이 될까 싶어 공식 사이트에서 관련 안내를 찾았다. 아쉽게도 관련 안내를 찾질 못해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다.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물어보면 뭐라고 말하지?’ 이런저런 질문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문의를 남긴지 채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끔 인쇄 오류가 있다고 한다. 등기우편으로 다시 발송해준다며 죄송하다고 한다. 사실, 전화 한 분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죄가 있다면 인쇄기 탓이니까. 검수하는 사람 탓이라고? 어떻게 일일이 인쇄 오류를 확인할 수 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3호: 보이지 않는 가림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3호: 보이지 않는 가림막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미술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스코 동굴벽화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배적 생각이, 라스코 동굴벽화 발견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김지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제93호)을 읽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그들의 의식이었다. 국내와 어떻게 달랐을까? 국내에서는 문화재에 가림막을 만든다. 그러니까 문화재라는 공간은 안으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밖으로 소외된다. 마치 에버랜드라고 할까? 표를 사고 들어선 공간은 반드시 표를 사야만 입장이 가능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문화를 산다’ 혹은 ‘문화를 즐긴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위적인 공간은 사업자가 존재하고 인위적인 공간에서 지킬 규칙은 사업자가 만들 수 있다. 우..

미술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스코 동굴벽화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배적 생각이, 라스코 동굴벽화 발견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김지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제93호)을 읽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그들의 의식이었다. 국내와 어떻게 달랐을까? 국내에서는 문화재에 가림막을 만든다. 그러니까 문화재라는 공간은 안으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밖으로 소외된다. 마치 에버랜드라고 할까? 표를 사고 들어선 공간은 반드시 표를 사야만 입장이 가능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문화를 산다’ 혹은 ‘문화를 즐긴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위적인 공간은 사업자가 존재하고 인위적인 공간에서 지킬 규칙은 사업자가 만들 수 있다. 우..

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이걸 여유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런 날은 유독 하루가 길었다. 늘 하는 일은 정해져있는데 뜻하지 않은 시간이 생겨서 그럴까? 비가 온다.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보인다. 사실, 창문은 아니다. 방충망의 오밀조밀한 틈에 고여 있던 빗물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곤 한다. 방충망이라니, 비 오는 날, 참 낭만적이지 않은 단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을 통해 각인된 거짓 정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방충망에서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지만, 애써 분위기를 내려 그것을 창문으로 둔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금, 나는 그랬다. 사실을 알고 나니 또렷하게 방충망이 보인다. 방충망 너머엔 수평으로 흘러내리..

이걸 여유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런 날은 유독 하루가 길었다. 늘 하는 일은 정해져있는데 뜻하지 않은 시간이 생겨서 그럴까? 비가 온다.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보인다. 사실, 창문은 아니다. 방충망의 오밀조밀한 틈에 고여 있던 빗물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곤 한다. 방충망이라니, 비 오는 날, 참 낭만적이지 않은 단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을 통해 각인된 거짓 정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방충망에서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지만, 애써 분위기를 내려 그것을 창문으로 둔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금, 나는 그랬다. 사실을 알고 나니 또렷하게 방충망이 보인다. 방충망 너머엔 수평으로 흘러내리..

르몽드 디플로마티그 92호: 투명한 거리 이름들

르몽드 디플로마티그 92호: 투명한 거리 이름들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르몽드 디플로마티그, “파리의 정치적인 거리 이름들”에 소개된 '슈발리에들라바르(Chevalier de la Barre;바르의 수호자)'란 거리가 있는지 Google Map에서 검색하니 쉽게 검색된다. 이 거리명은 1870년대 프랑스 제3공화국 때 생겼고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기사를 읽고 국내 도로명이 떠올랐다. 말 많았던 도로명 일제 정비 얘기는 잠잠해진 상태다. 나는 이 사태가 다른 사태에 묻혔을 것이고 아직 진행 중 일거라 믿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도로명은 ‘장제로’이다. 옛 명칭인 ‘장제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장제군은 또 어디서 왔을까? 장제군(長堤郡)은 무려 통일신라 때 지명이다. 약 700년 때 얘기다. 대단하다! 과연 이런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알더라도 다른 의미..

르몽드 디플로마티그, “파리의 정치적인 거리 이름들”에 소개된 '슈발리에들라바르(Chevalier de la Barre;바르의 수호자)'란 거리가 있는지 Google Map에서 검색하니 쉽게 검색된다. 이 거리명은 1870년대 프랑스 제3공화국 때 생겼고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기사를 읽고 국내 도로명이 떠올랐다. 말 많았던 도로명 일제 정비 얘기는 잠잠해진 상태다. 나는 이 사태가 다른 사태에 묻혔을 것이고 아직 진행 중 일거라 믿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도로명은 ‘장제로’이다. 옛 명칭인 ‘장제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장제군은 또 어디서 왔을까? 장제군(長堤郡)은 무려 통일신라 때 지명이다. 약 700년 때 얘기다. 대단하다! 과연 이런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알더라도 다른 의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2호: 한가로움의 은밀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2호: 한가로움의 은밀함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오랜만에 펼쳐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그동안 좋지 않은 일을 연달아 겪어 여유가 없었던 탓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 6월호는 포장비닐을 뜯지도 않은 채 간직하고 있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는 의미보다 살아가는 그 자체가 힘들다보니 원론적 질문은 다 부질없어 보였다. 수많은 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삶, 그 자체를 말하려 했던 것일까? 첫 지면에 소개된 “런던 예술거리의 은밀함”(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2호)에서 아트딜러인 새디 콜스는 꽤 여유로워 보인다. 그가 하는 일은 예술가와 수집가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어떤 것”이다. 과연 그럴까? 힘든 시기를 계속 겪다보니 그의 말처럼 예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에 ..

오랜만에 펼쳐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그동안 좋지 않은 일을 연달아 겪어 여유가 없었던 탓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 6월호는 포장비닐을 뜯지도 않은 채 간직하고 있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는 의미보다 살아가는 그 자체가 힘들다보니 원론적 질문은 다 부질없어 보였다. 수많은 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삶, 그 자체를 말하려 했던 것일까? 첫 지면에 소개된 “런던 예술거리의 은밀함”(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2호)에서 아트딜러인 새디 콜스는 꽤 여유로워 보인다. 그가 하는 일은 예술가와 수집가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어떤 것”이다. 과연 그럴까? 힘든 시기를 계속 겪다보니 그의 말처럼 예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에 ..

관광지에서 만난 제주도 정낭의 다른 의미

관광지에서 만난 제주도 정낭의 다른 의미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옛 제주도 대문을 정낭이라고 한다. 정주석이라는 기둥에 걸린 정낭 개수로 집주인의 출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다 옛 이야기다. 이제는 체험학습이나 성읍민속마을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흥미로운 정낭을 봤다. 사실, 정낭을 닮은 안내판이라고 할까.만약 ‘출입문’이라는 글자와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가 없었다면 앞서 얘기했던 정낭의 의미를 떠올렸을 것이다. 집주인이 근처에 있는지, 하루 정도 출타 중인지, 꽤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는 그 의미 말이다.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맞물렸던 건 아닌가 싶다. 아마 집주인도 그런 복합적인 의미를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여러 번 제주도를 다녀왔지만 제대로 된 제주도를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제주도는 뭘까? 내게 있어..

옛 제주도 대문을 정낭이라고 한다. 정주석이라는 기둥에 걸린 정낭 개수로 집주인의 출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다 옛 이야기다. 이제는 체험학습이나 성읍민속마을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흥미로운 정낭을 봤다. 사실, 정낭을 닮은 안내판이라고 할까.만약 ‘출입문’이라는 글자와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가 없었다면 앞서 얘기했던 정낭의 의미를 떠올렸을 것이다. 집주인이 근처에 있는지, 하루 정도 출타 중인지, 꽤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는 그 의미 말이다.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맞물렸던 건 아닌가 싶다. 아마 집주인도 그런 복합적인 의미를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여러 번 제주도를 다녀왔지만 제대로 된 제주도를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제주도는 뭘까? 내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