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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감을 만난 운수 좋은 날

B사감을 만난 운수 좋은 날

보고 읽고 쓰기/전시회

오랜만에 외출은 지인의 뜻하지 않은 약속 때문이었다. 가볍게 차 한 잔 하자는 말이 B사감을 만나게 된 운수 좋은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B사감은 현진건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여자기숙학교 기숙사 사감이다. 그녀는 못 생겼다고 하던데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핑크빛이다. 프리즘에 다른 빛은 없고 온통 핑크빛만 존재한다고 할까.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 7월 3일까지 이 열리고 있다. 처음엔 그가 누군가 싶었는데 전시장에 비치된 팸플릿을 보고 이 사람이 사진 잡지에서 봤던 그 사람이구나 싶었다. 사진의 매력은 역시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남에 있는데 을 봤을 때 정말 충격이 컸다. 여자는 핑크, 남자는 블루로 각인되는 현상을 사진으로 직접 목격하니 그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

오랜만에 외출은 지인의 뜻하지 않은 약속 때문이었다. 가볍게 차 한 잔 하자는 말이 B사감을 만나게 된 운수 좋은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B사감은 현진건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여자기숙학교 기숙사 사감이다. 그녀는 못 생겼다고 하던데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핑크빛이다. 프리즘에 다른 빛은 없고 온통 핑크빛만 존재한다고 할까.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 7월 3일까지 이 열리고 있다. 처음엔 그가 누군가 싶었는데 전시장에 비치된 팸플릿을 보고 이 사람이 사진 잡지에서 봤던 그 사람이구나 싶었다. 사진의 매력은 역시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남에 있는데 을 봤을 때 정말 충격이 컸다. 여자는 핑크, 남자는 블루로 각인되는 현상을 사진으로 직접 목격하니 그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

사진에서 말하지 않는, 다르지만 같은 감정

사진에서 말하지 않는, 다르지만 같은 감정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아무도 당신에게 뭔가를 주지 않는다. 당신이 나서서 취해야 한다.”(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라는 영화의 문구처럼, 막막할 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난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하지? 연휴동안 다녀온 제주도 여행 탓에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오려 애를 쓸 때, 우연히 컴퓨터 문서로 발행되는 를 읽었다. 잘은 모르지만 뜻있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인터넷을 통해 발행하는 듯하다. 표지를 보면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다. 아, 표지에 실린 그림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양새가 전문 잡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문득, 학교를 휴학하고 인터넷 방송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영상이 아닌 소리가 중심인 시대였다...

“아무도 당신에게 뭔가를 주지 않는다. 당신이 나서서 취해야 한다.”(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라는 영화의 문구처럼, 막막할 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난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하지? 연휴동안 다녀온 제주도 여행 탓에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오려 애를 쓸 때, 우연히 컴퓨터 문서로 발행되는 를 읽었다. 잘은 모르지만 뜻있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인터넷을 통해 발행하는 듯하다. 표지를 보면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다. 아, 표지에 실린 그림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양새가 전문 잡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문득, 학교를 휴학하고 인터넷 방송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영상이 아닌 소리가 중심인 시대였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R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R

집생

R과 M과 함께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심의를 다녀온 지 한 달하고도 몇 주가 지났다. 꽤 시간이 지났다 생각했는데 겨우 한 달 조금 지났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R은 EBS 교재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M은 집에선 잡생각도 많고 유혹이 많아 공부하기 힘드니 도서관을 추천했고 R도 그동안 잘 따라와 적응한 상태다. 다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있으며 검정고시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학교를 다닐 때 그렇게 싫어했던 시험이 떠올랐다. 결국, 보편적으로 학업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시험뿐이다. 목표가 검정고시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 외 공부는 서로 대화로 문제를 논하거나 토론하고 몸으로 부딪혀 익히면 된다.학교에 있었으면 준비된 시험지로 요즘 한..

R과 M과 함께 취학유예심의를 위한 의무교육학생 관리위원회 심의를 다녀온 지 한 달하고도 몇 주가 지났다. 꽤 시간이 지났다 생각했는데 겨우 한 달 조금 지났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R은 EBS 교재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M은 집에선 잡생각도 많고 유혹이 많아 공부하기 힘드니 도서관을 추천했고 R도 그동안 잘 따라와 적응한 상태다. 다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있으며 검정고시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학교를 다닐 때 그렇게 싫어했던 시험이 떠올랐다. 결국, 보편적으로 학업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시험뿐이다. 목표가 검정고시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 외 공부는 서로 대화로 문제를 논하거나 토론하고 몸으로 부딪혀 익히면 된다.학교에 있었으면 준비된 시험지로 요즘 한..

포토닷(2016년 4월호)에 실린 <변두리 사진 보고서: 우리는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을까>를 읽고

포토닷(2016년 4월호)에 실린 <변두리 사진 보고서: 우리는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을까>를 읽고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물체는 물질로 이뤄진 사물이다. 사진은 사물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보존된 형상을 보고 사물을 인식한다. 물론 인식 대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며 사진에 보존된 사물은 실재 사물이 아닌 그 사물의 형상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물질이라 한다면, 사물은 물론 사진도 물질이라 말할 수 있다. 물질은 물체를 이루는 존재이다. 고대엔 물체를 이루는 물질은 단 하나라는 설이 있었다. 이후 생각이 확장되어 물체를 이루는 물질은 하나가 아니라 네 개라는 설이 등장한다. 여기에 어떤 성질의 상호 작용에 의해 물질은 다른 물질로 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흔히 알고 있는 연금술의 시초다. 그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연금술은 실패했고 물질의..

물체는 물질로 이뤄진 사물이다. 사진은 사물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보존된 형상을 보고 사물을 인식한다. 물론 인식 대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며 사진에 보존된 사물은 실재 사물이 아닌 그 사물의 형상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물질이라 한다면, 사물은 물론 사진도 물질이라 말할 수 있다. 물질은 물체를 이루는 존재이다. 고대엔 물체를 이루는 물질은 단 하나라는 설이 있었다. 이후 생각이 확장되어 물체를 이루는 물질은 하나가 아니라 네 개라는 설이 등장한다. 여기에 어떤 성질의 상호 작용에 의해 물질은 다른 물질로 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흔히 알고 있는 연금술의 시초다. 그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연금술은 실패했고 물질의..

포토닷(2016년 4월호)에 실린 <비기닝 291 젊은 날의 초상>을 읽고

포토닷(2016년 4월호)에 실린 <비기닝 291 젊은 날의 초상>을 읽고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아르바이트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미리 사회경험을 쌓는 활동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다. 요즈음, 이렇게 말하면 욕먹기 딱 좋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면 불안한 미래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다 옛날 얘기다. 꾹 참고 잠시 할 생각이던 아르바이트가 한 해, 두 해를 거듭한다.포토닷 2016년 4월에 “비기닝 291 젊은 날의 초상”이란 제목으로 세 명의 사진가의 사진이 실렸다. 그 가운데 이혜진이 찍은 사진이 특히 눈에 띤다. 제목은 ‘花樣年華(화양연화)’다. 사진엔 어제 만난 그 아르바이트가 앉아있다. 물론, 정말 그 아르바이트는 아니다. 초상이니까. 흔히들 지나고 나면 아름답다 말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가끔 스칠 때가 있다. 한 번뿐인 특권으로 받아들이기..

아르바이트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미리 사회경험을 쌓는 활동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다. 요즈음, 이렇게 말하면 욕먹기 딱 좋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면 불안한 미래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다 옛날 얘기다. 꾹 참고 잠시 할 생각이던 아르바이트가 한 해, 두 해를 거듭한다.포토닷 2016년 4월에 “비기닝 291 젊은 날의 초상”이란 제목으로 세 명의 사진가의 사진이 실렸다. 그 가운데 이혜진이 찍은 사진이 특히 눈에 띤다. 제목은 ‘花樣年華(화양연화)’다. 사진엔 어제 만난 그 아르바이트가 앉아있다. 물론, 정말 그 아르바이트는 아니다. 초상이니까. 흔히들 지나고 나면 아름답다 말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가끔 스칠 때가 있다. 한 번뿐인 특권으로 받아들이기..

밝은 방: 25(어느 날 저녁)

밝은 방: 25(어느 날 저녁)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오랜만에 읽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무슨 이유인지 감회가 새롭다. 방금 트위터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월간 사진 잡지 에 대한 얘기지만 새로움을 느낀 지금 감정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포토닷 4월호가 오면 '사진을 본다'는 것과 '사진을 읽는다'는 것,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포토닷을 보고, 읽을 생각이다. 늘 그랬지만, 난 사진을 본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번 호는 그런 점에 상당히 부합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몇 개월이 지나 읽는 밝은 방을 2부는 잔잔하다. 바르트의 목소리가 이토록 차분했던가? 다른 책에서 읽은 얘기인데 바르트는 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공존한다고 한다. 그런 목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2부에서 들려주는 목소..

오랜만에 읽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무슨 이유인지 감회가 새롭다. 방금 트위터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월간 사진 잡지 에 대한 얘기지만 새로움을 느낀 지금 감정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포토닷 4월호가 오면 '사진을 본다'는 것과 '사진을 읽는다'는 것,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포토닷을 보고, 읽을 생각이다. 늘 그랬지만, 난 사진을 본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번 호는 그런 점에 상당히 부합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몇 개월이 지나 읽는 밝은 방을 2부는 잔잔하다. 바르트의 목소리가 이토록 차분했던가? 다른 책에서 읽은 얘기인데 바르트는 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공존한다고 한다. 그런 목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2부에서 들려주는 목소..

R과 20대 총선 개표 방송을 함께했다.

R과 20대 총선 개표 방송을 함께했다.

집생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19대 총선과 같은 해 12월 있었던 18대 대선 땐 M과 함께 했는데 이제는 R도 함께했다. 물론, 투표권이 없는 R이지만 개표 방송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탓에 잠깐 맥이 끊겼다. 어쩔 수 없었다. 나와 M은 송혜교의 눈물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마지막 회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R은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20대 총선 개표 결과였다. 처음엔 여당이 한 석 더 차지한 것으로 보고 야당이 선전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잘못 본 것이었다. 다시 보니 한 석 앞선 게 아닌가. 꽤 오랫동안 앞자리는 여당 자리였는데 착각할만했다. 요즘 정치는 꽤 ..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19대 총선과 같은 해 12월 있었던 18대 대선 땐 M과 함께 했는데 이제는 R도 함께했다. 물론, 투표권이 없는 R이지만 개표 방송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탓에 잠깐 맥이 끊겼다. 어쩔 수 없었다. 나와 M은 송혜교의 눈물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마지막 회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R은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20대 총선 개표 결과였다. 처음엔 여당이 한 석 더 차지한 것으로 보고 야당이 선전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잘못 본 것이었다. 다시 보니 한 석 앞선 게 아닌가. 꽤 오랫동안 앞자리는 여당 자리였는데 착각할만했다. 요즘 정치는 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1호: 맞춤법 검사에 ‘세월호’ 단어를 추가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1호: 맞춤법 검사에 ‘세월호’ 단어를 추가했다.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문서편집기에 ‘세월호’를 입력하면 수정해야할 단어라며 빨간 밑줄이 표시된다. 뭘 수정하라는 거지? 넌 세월호도 모르니? 참 답답한 녀석이군. 맞춤법 검사/교정에 새 단어를 추가한다. 이제 문서편집기도 세월호를 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답답한 녀석이다. 2주년이 돼서야 이런 생각을 했으니. 세월호 참사 2주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적어도 내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조금씩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끝까지 밝혀줄게” 이렇게 하면 금세 뭔가 변할 줄 알았다. 실체 없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대변하는 누군가가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위로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참 순진한 생각이고 짧은 생각이란 걸 세월호 참사 2주년이 돼서야 알게 됐다. ..

문서편집기에 ‘세월호’를 입력하면 수정해야할 단어라며 빨간 밑줄이 표시된다. 뭘 수정하라는 거지? 넌 세월호도 모르니? 참 답답한 녀석이군. 맞춤법 검사/교정에 새 단어를 추가한다. 이제 문서편집기도 세월호를 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답답한 녀석이다. 2주년이 돼서야 이런 생각을 했으니. 세월호 참사 2주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적어도 내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조금씩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끝까지 밝혀줄게” 이렇게 하면 금세 뭔가 변할 줄 알았다. 실체 없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대변하는 누군가가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위로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참 순진한 생각이고 짧은 생각이란 걸 세월호 참사 2주년이 돼서야 알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