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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변경의 역사 토론회를 갔다 오다.

이상엽 변경의 역사 토론회를 갔다 오다.

보고 읽고 쓰기/전시회

3월 5일, 사진가 이상엽의 변경의 역사(The History on Frontier 1679-2015) 토론회를 갔다 왔다. 당일, 비 예보를 듣긴 했는데 막상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상경하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그나마 갈 수 있었던 건 같이 가는 지인 때문이다. 함께 가는 이가 없었으면 여지없이 방구석에서 청승맞은 비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일우스페이스에 도착한 것은 약 2시 50분. 찬찬히 사진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가기로 했었는데 비 탓인지, 마음 탓인지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늘 정해진 대로 흐르진 않기 때문에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게는 꽤 긴 시간이었다. 하루, 한 달, 일 년 그리고 셀 수 없는 시간을 축으로 전시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진. 좋았다. 무엇보다 같은 장면..

3월 5일, 사진가 이상엽의 변경의 역사(The History on Frontier 1679-2015) 토론회를 갔다 왔다. 당일, 비 예보를 듣긴 했는데 막상 작은 우산 하나를 들고 상경하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그나마 갈 수 있었던 건 같이 가는 지인 때문이다. 함께 가는 이가 없었으면 여지없이 방구석에서 청승맞은 비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일우스페이스에 도착한 것은 약 2시 50분. 찬찬히 사진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가기로 했었는데 비 탓인지, 마음 탓인지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늘 정해진 대로 흐르진 않기 때문에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게는 꽤 긴 시간이었다. 하루, 한 달, 일 년 그리고 셀 수 없는 시간을 축으로 전시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진. 좋았다. 무엇보다 같은 장면..

R과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R과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집생

R과 수영을 시작했다. R은 헬스를 두 달 정도 한 상태다. R은 또래 아이와 달리 근력이 부족했고 늘 그게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헬스를 얘기했는데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잘 다녔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날을 맞춰 운동을 한 건 아니다. 아프다는 핑계나 우울하다는 핑계로 몇 번 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찍 포기했던 다른 것과 달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견한지! 운동은 쉬면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몸 쓰는 일을 게을리 하면 정신도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R에게 나랑 수영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M이다. R은 조금 망설였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인상부터 쓰고 이런저런 핑계로 거부감을 표현했을 텐데, R 반응이 신기했다. R이 헬스를 잘 마친 탓인..

R과 수영을 시작했다. R은 헬스를 두 달 정도 한 상태다. R은 또래 아이와 달리 근력이 부족했고 늘 그게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헬스를 얘기했는데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잘 다녔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날을 맞춰 운동을 한 건 아니다. 아프다는 핑계나 우울하다는 핑계로 몇 번 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찍 포기했던 다른 것과 달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견한지! 운동은 쉬면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몸 쓰는 일을 게을리 하면 정신도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R에게 나랑 수영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M이다. R은 조금 망설였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인상부터 쓰고 이런저런 핑계로 거부감을 표현했을 텐데, R 반응이 신기했다. R이 헬스를 잘 마친 탓인..

R은 나를 보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R은 나를 보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집생

R은 어제부터 정원 외 관리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절차가 있는지 아직 모른다. 앞으로 학교에서 알려줄 관련 절차를 밟아야한다. 그것이 온전히 끝나야 정원 외 관리, 그러니까 학생 신분을 벗는다. 내 입장이다. R은 이것과 무관하다. 근 일 년 동안, R은 학교에 가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 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상담과 교외 상담을 했고 사설 상담도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병원도 찾았고 꾸준히 상담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늘 원인은 ‘알 수 없음’이였다. 나는 R에게 네 뜻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R은 내 말에 너무나 기뻐했다. 물론, 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M 말에 따르면, 그날 이후 R은 내내 평온한 얼굴을 했고 밤에도 뒤척임 없이 잘 ..

R은 어제부터 정원 외 관리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절차가 있는지 아직 모른다. 앞으로 학교에서 알려줄 관련 절차를 밟아야한다. 그것이 온전히 끝나야 정원 외 관리, 그러니까 학생 신분을 벗는다. 내 입장이다. R은 이것과 무관하다. 근 일 년 동안, R은 학교에 가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 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상담과 교외 상담을 했고 사설 상담도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병원도 찾았고 꾸준히 상담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늘 원인은 ‘알 수 없음’이였다. 나는 R에게 네 뜻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R은 내 말에 너무나 기뻐했다. 물론, 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M 말에 따르면, 그날 이후 R은 내내 평온한 얼굴을 했고 밤에도 뒤척임 없이 잘 ..

살기 좋은 나라보다 살기 안전한 나라

살기 좋은 나라보다 살기 안전한 나라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야당이 진행한 무제한토론이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제한토론을 지지한 이들은 허무감에 빠질 새도 없이 4월 총선에서 뭔가 변화가 일길 기대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그토록 원했는데 이제는 살기 안전한 나라를 부르짖어야 하니 얼마나 허무한가! 안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러니까 안전은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 또는 내 가족이 안전하면 괜찮은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도 안전하면 괜찮은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안전하면 괜찮은지.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안전해야 살기 안전한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은 안전을 보장받아야할 대상에 불..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야당이 진행한 무제한토론이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제한토론을 지지한 이들은 허무감에 빠질 새도 없이 4월 총선에서 뭔가 변화가 일길 기대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그토록 원했는데 이제는 살기 안전한 나라를 부르짖어야 하니 얼마나 허무한가! 안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러니까 안전은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 또는 내 가족이 안전하면 괜찮은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도 안전하면 괜찮은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안전하면 괜찮은지.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안전해야 살기 안전한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은 안전을 보장받아야할 대상에 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호: 출발선의 의미는 없다. 이미 누군가는 앞서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호: 출발선의 의미는 없다. 이미 누군가는 앞서 있다.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줄리앙 브리고는 “미국 내 홈스쿨링 교육의 확산”(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호)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 향상이지만, 반대로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도 교육이라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바로 능력주의다.그가 말하는 교육은 능력주의에 기반을 둔 학교교육제도다. 능력주의는 곧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무한경쟁에 밀려난 한 중학생은 자퇴, 엄밀히 말하면 정원 외 관리를 희망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고민을 묻는다. 또래 학생 혹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은 대부분 후회하지 말고 버텨보라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라는 충고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진심을 몰라주는 대답만 있을까?대부분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고민을 묻던 중학생은 교육제도에 문제점을 느낀 것이라..

줄리앙 브리고는 “미국 내 홈스쿨링 교육의 확산”(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호)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 향상이지만, 반대로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도 교육이라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바로 능력주의다.그가 말하는 교육은 능력주의에 기반을 둔 학교교육제도다. 능력주의는 곧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무한경쟁에 밀려난 한 중학생은 자퇴, 엄밀히 말하면 정원 외 관리를 희망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고민을 묻는다. 또래 학생 혹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은 대부분 후회하지 말고 버텨보라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라는 충고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진심을 몰라주는 대답만 있을까?대부분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고민을 묻던 중학생은 교육제도에 문제점을 느낀 것이라..

느슨한 현실과 관계하며 또렷이 실존하는 유령집회

느슨한 현실과 관계하며 또렷이 실존하는 유령집회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24일 광화문광장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유령집회’가 열렸다. 뉴스를 통해 현장을 영상으로 봤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다. 영상이나 사진이나 다른 느낌은 아니다. 실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매체 특성 얘기가 아닌, ‘유령집회’라는 말과 같이 현실이 아닌 가상을 본다는 것은 변함없다.그래서인지 거부감이 없다. 아마도 현실과 또렷하게 연결되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탓일 게다. 그럼에도 홀로그램은 현실과 연결되어 지나간다.흥미로운 것은 뉴스, 보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봐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거부감은 ‘집회’라는 말 때문에 생기는 거부감이라기보다 사진에서 대상이 이미 홀로그램이라는, 가상이라는 것을 안 탓이다. 이것은 뉴스, 보도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24일 광화문광장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유령집회’가 열렸다. 뉴스를 통해 현장을 영상으로 봤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다. 영상이나 사진이나 다른 느낌은 아니다. 실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매체 특성 얘기가 아닌, ‘유령집회’라는 말과 같이 현실이 아닌 가상을 본다는 것은 변함없다.그래서인지 거부감이 없다. 아마도 현실과 또렷하게 연결되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탓일 게다. 그럼에도 홀로그램은 현실과 연결되어 지나간다.흥미로운 것은 뉴스, 보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봐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거부감은 ‘집회’라는 말 때문에 생기는 거부감이라기보다 사진에서 대상이 이미 홀로그램이라는, 가상이라는 것을 안 탓이다. 이것은 뉴스, 보도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억압을 극복한 은수미 의원의 진실 발언

억압을 극복한 은수미 의원의 진실 발언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지금 국회에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연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이 국회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야당은 무제한토론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제한토론 가운데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했던 부분이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은 의원은 안기부 공포가 상당할 텐데 그것을 이겨냈다. 마이크 앞에 서서 10시간 18분을 발언하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함돈균은 『사물의 철학』한 꼭지인 ‘마이크’에서 마이크를 이렇게 정의했다. “무의식의 무대에서는 심리적 억압으로 표출될 수..

지금 국회에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연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이 국회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야당은 무제한토론을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제한토론 가운데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했던 부분이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은 의원은 안기부 공포가 상당할 텐데 그것을 이겨냈다. 마이크 앞에 서서 10시간 18분을 발언하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함돈균은 『사물의 철학』한 꼭지인 ‘마이크’에서 마이크를 이렇게 정의했다. “무의식의 무대에서는 심리적 억압으로 표출될 수..

미로를 만드는 저자와 미로를 찾는 독자

미로를 만드는 저자와 미로를 찾는 독자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책은 더할 수 없는 물질이다. 반면, 텍스트는 손으로 잡을 수 없다. ‘저자의 죽음’에서 저자는 생산자 측면보다 신화 측면이 강하다. 신화가 죽고 다른 생산자가 출현한다. 그것이 바로 독자다. 저자가 작품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저자가 이제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저자는 미로를 개설한다. 중요한 것은 그 미로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미로의 시작은 존재하지만,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는 저자가 만든 미로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며 저자가 만든 미로를 따라간다. 그 과정을 즐기며 또 다른 미로를 생산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하나의 텍스트가 탄생한다. 저자와 독자의 만남은 진실을 말하는 저자의 음성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 달라붙는 다양한 의미를 생산..

책은 더할 수 없는 물질이다. 반면, 텍스트는 손으로 잡을 수 없다. ‘저자의 죽음’에서 저자는 생산자 측면보다 신화 측면이 강하다. 신화가 죽고 다른 생산자가 출현한다. 그것이 바로 독자다. 저자가 작품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저자가 이제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저자는 미로를 개설한다. 중요한 것은 그 미로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미로의 시작은 존재하지만,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는 저자가 만든 미로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며 저자가 만든 미로를 따라간다. 그 과정을 즐기며 또 다른 미로를 생산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하나의 텍스트가 탄생한다. 저자와 독자의 만남은 진실을 말하는 저자의 음성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 달라붙는 다양한 의미를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