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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철학: 가로등

사물의 철학: 가로등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함돈균은 “가로등은 가늘고 긴 몸통 위에 빛이 발산되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형상이다. 굽어보는 빛이 낮은 자리로 발산되어 주위를 평등하고 넓게 비춘다.”*고 말했지만 나는 가로등을 보면 ‘소외’가 떠오른다. 내게 있어 가로등은 차도 곳곳에 있는 그것이다. 낮 동안 자동차로 숨겨진 차도는 밤 동안 가로등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차도의 존재를 진정 알 수 있는 때는 가로등이 존재를 드러내는 밤일게다. 낮 동안 비추는 빛으로 본 차도는 그다지 넓지 않게 느낀다.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좀 더 차도가 넓으면 빨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행여나 공사로 차도가 막히면 우회할 도로를 찾게 된다. 그 선택 폭이 적으면 더 많은 차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밤 동안 비추는 ..

함돈균은 “가로등은 가늘고 긴 몸통 위에 빛이 발산되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형상이다. 굽어보는 빛이 낮은 자리로 발산되어 주위를 평등하고 넓게 비춘다.”*고 말했지만 나는 가로등을 보면 ‘소외’가 떠오른다. 내게 있어 가로등은 차도 곳곳에 있는 그것이다. 낮 동안 자동차로 숨겨진 차도는 밤 동안 가로등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차도의 존재를 진정 알 수 있는 때는 가로등이 존재를 드러내는 밤일게다. 낮 동안 비추는 빛으로 본 차도는 그다지 넓지 않게 느낀다.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좀 더 차도가 넓으면 빨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행여나 공사로 차도가 막히면 우회할 도로를 찾게 된다. 그 선택 폭이 적으면 더 많은 차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밤 동안 비추는 ..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진실인지에 따라 투명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각각 사진이 모호하면 하나로 모은 것도 결국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늘 여기서 오락가락하는 나를 발견한다. 과학적 사고 때문이라 진단하지만 진단만 있을 뿐 해결책이 없다. 이런 것은 어떨..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진실인지에 따라 투명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각각 사진이 모호하면 하나로 모은 것도 결국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늘 여기서 오락가락하는 나를 발견한다. 과학적 사고 때문이라 진단하지만 진단만 있을 뿐 해결책이 없다. 이런 것은 어떨..

사진씬을 진단하는 책 그리고 책이 되었으면 하는 보고서

사진씬을 진단하는 책 그리고 책이 되었으면 하는 보고서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박평종이 쓴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달콤한책, 2013)을 다시 훑어봤다. 첫 느낌은 참 바른말인데 곧이곧대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두 번째는 사진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조목조목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책을 읽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간결하게 적었다는 얘기다. 다시 읽으니 ‘우리 사진의 풍경과 역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한국사진사를 간략하지만 핵심을 빠트리지 않고 잘 말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사실상, 모든 것이 단절되었다. 근대화는 자신의 뜻보다는 다른 이의 뜻에 따라 진행됐다. 어떻게 보면 단절은 약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지 모른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박평종이 쓴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달콤한책, 2013)을 다시 훑어봤다. 첫 느낌은 참 바른말인데 곧이곧대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두 번째는 사진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조목조목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책을 읽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간결하게 적었다는 얘기다. 다시 읽으니 ‘우리 사진의 풍경과 역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한국사진사를 간략하지만 핵심을 빠트리지 않고 잘 말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사실상, 모든 것이 단절되었다. 근대화는 자신의 뜻보다는 다른 이의 뜻에 따라 진행됐다. 어떻게 보면 단절은 약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지 모른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포토닷 2월호, MULTI-CHANNEL, 안정 또는 불안을 느끼는 사진

포토닷 2월호, MULTI-CHANNEL, 안정 또는 불안을 느끼는 사진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포토닷 2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다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책이나 잡지를 볼 때 목차를 상세히 살피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목차를 통해 책 흐름을 알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 꼼꼼히 본다고 하는데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몇 개 낱말이 열거된 것으로 책을 알 수 있지? 그것은 논문이나 학술자료에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일정한 의미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반박하거나 다른 정의를 내릴 때 목차가 의미의 흐름을 대신할 수 있겠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읽어봐야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몇 문장만 읽어도 느낌으로 내게 맞는 책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직감이 ..

포토닷 2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 다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책이나 잡지를 볼 때 목차를 상세히 살피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목차를 통해 책 흐름을 알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 꼼꼼히 본다고 하는데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몇 개 낱말이 열거된 것으로 책을 알 수 있지? 그것은 논문이나 학술자료에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일정한 의미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반박하거나 다른 정의를 내릴 때 목차가 의미의 흐름을 대신할 수 있겠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읽어봐야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몇 문장만 읽어도 느낌으로 내게 맞는 책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직감이 ..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말하고 싶은 이유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말하고 싶은 이유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내게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였다. 그것이 지속되면 취미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출사를 가거나 또는 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시작한다는 것이 꼭 시간에 근거한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 입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선에 놓으면 제각각 한 점을 차지하겠지만, 현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간 끝자락에 지금이 있다. 지금은 늘 다음을 바라본다. 이런 의미에서 시작은 늘 다음을 지향한다. 다시 한 번 내게 묻는 질문, 사진을 시작한다는 그 의미는 취미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는 것도 아니고, 사진이 궁금해 막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때도 아니다. 취미로 시작하건, 다..

내게 사진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였다. 그것이 지속되면 취미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출사를 가거나 또는 홀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시작한다는 것이 꼭 시간에 근거한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 입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선에 놓으면 제각각 한 점을 차지하겠지만, 현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간 끝자락에 지금이 있다. 지금은 늘 다음을 바라본다. 이런 의미에서 시작은 늘 다음을 지향한다. 다시 한 번 내게 묻는 질문, 사진을 시작한다는 그 의미는 취미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는 것도 아니고, 사진이 궁금해 막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때도 아니다. 취미로 시작하건, 다..

밝은 방: 24(취소의 말)

밝은 방: 24(취소의 말)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이런 사진도 사진인가! 그런데 사진이다

이런 사진도 사진인가! 그런데 사진이다

보고 읽고 쓰기/책

처음 그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도 사진인가!’라는 낮잡아봄이 있었다. 물론, 사진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 어디쯤 그의 사진이 속해있다는 것조차 부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진가라면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보통 볼 수 있는 풍경과 사물이 그것 그대로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또다시 보고, 횟수가 늘어갔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사진 속 모습. 때때로 이름 지을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부딪침을 반복하다가 불현듯 사진전, ‘JA.’가 떠올랐다. 김영석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사진은 “사진 그대로의 이미지를 우리가 바라..

처음 그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도 사진인가!’라는 낮잡아봄이 있었다. 물론, 사진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 어디쯤 그의 사진이 속해있다는 것조차 부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진가라면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보통 볼 수 있는 풍경과 사물이 그것 그대로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또다시 보고, 횟수가 늘어갔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사진 속 모습. 때때로 이름 지을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부딪침을 반복하다가 불현듯 사진전, ‘JA.’가 떠올랐다. 김영석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사진은 “사진 그대로의 이미지를 우리가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