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고 쓰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273개

사물의 철학: 가로등

사물의 철학: 가로등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함돈균은 “가로등은 가늘고 긴 몸통 위에 빛이 발산되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형상이다. 굽어보는 빛이 낮은 자리로 발산되어 주위를 평등하고 넓게 비춘다.”*고 말했지만 나는 가로등을 보면 ‘소외’가 떠오른다. 내게 있어 가로등은 차도 곳곳에 있는 그것이다. 낮 동안 자동차로 숨겨진 차도는 밤 동안 가로등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차도의 존재를 진정 알 수 있는 때는 가로등이 존재를 드러내는 밤일게다. 낮 동안 비추는 빛으로 본 차도는 그다지 넓지 않게 느낀다.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좀 더 차도가 넓으면 빨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행여나 공사로 차도가 막히면 우회할 도로를 찾게 된다. 그 선택 폭이 적으면 더 많은 차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밤 동안 비추는 ..

함돈균은 “가로등은 가늘고 긴 몸통 위에 빛이 발산되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형상이다. 굽어보는 빛이 낮은 자리로 발산되어 주위를 평등하고 넓게 비춘다.”*고 말했지만 나는 가로등을 보면 ‘소외’가 떠오른다. 내게 있어 가로등은 차도 곳곳에 있는 그것이다. 낮 동안 자동차로 숨겨진 차도는 밤 동안 가로등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차도의 존재를 진정 알 수 있는 때는 가로등이 존재를 드러내는 밤일게다. 낮 동안 비추는 빛으로 본 차도는 그다지 넓지 않게 느낀다.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좀 더 차도가 넓으면 빨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행여나 공사로 차도가 막히면 우회할 도로를 찾게 된다. 그 선택 폭이 적으면 더 많은 차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밤 동안 비추는 ..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나로부터 시작되는 살아 있는 경험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진실인지에 따라 투명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각각 사진이 모호하면 하나로 모은 것도 결국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늘 여기서 오락가락하는 나를 발견한다. 과학적 사고 때문이라 진단하지만 진단만 있을 뿐 해결책이 없다. 이런 것은 어떨..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이라 확인했다면, 존 버거는 좀 더 사진의 모호성을 파고들었다. 버거는 사진의 모호성은 “작품 ‘이해’의 걸림돌이 아니라”*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만큼 이해되지 않는 말도 없다. 모호하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흐리터분하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따로따로인 것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하나로 모은 것은 따로따로인 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실인지, 진실인지에 따라 투명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각각 사진이 모호하면 하나로 모은 것도 결국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늘 여기서 오락가락하는 나를 발견한다. 과학적 사고 때문이라 진단하지만 진단만 있을 뿐 해결책이 없다. 이런 것은 어떨..

밝은 방: 24(취소의 말)

밝은 방: 24(취소의 말)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이런 사진도 사진인가! 그런데 사진이다

이런 사진도 사진인가! 그런데 사진이다

보고 읽고 쓰기/책

처음 그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도 사진인가!’라는 낮잡아봄이 있었다. 물론, 사진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 어디쯤 그의 사진이 속해있다는 것조차 부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진가라면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보통 볼 수 있는 풍경과 사물이 그것 그대로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또다시 보고, 횟수가 늘어갔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사진 속 모습. 때때로 이름 지을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부딪침을 반복하다가 불현듯 사진전, ‘JA.’가 떠올랐다. 김영석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사진은 “사진 그대로의 이미지를 우리가 바라..

처음 그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도 사진인가!’라는 낮잡아봄이 있었다. 물론, 사진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그 어디쯤 그의 사진이 속해있다는 것조차 부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진가라면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보통 볼 수 있는 풍경과 사물이 그것 그대로 있다. 처음이 두 번이 되고 또다시 보고, 횟수가 늘어갔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사진 속 모습. 때때로 이름 지을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부딪침을 반복하다가 불현듯 사진전, ‘JA.’가 떠올랐다. 김영석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사진은 “사진 그대로의 이미지를 우리가 바라..

밝은 방: 22(사후에 그리고 침묵)

밝은 방: 22(사후에 그리고 침묵)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점점 책 전체를 둘로 나누면 앞부분에 해당하는 끝 지점이 가까워진다. 관련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를 짬짬이 읽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에드문트 후설이 쓴 국내 번역본을 읽어볼 참이다. 후설 필독서라고 하는 책들은 모두 오래된 책이라 판이 끊겼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를 돌아 뭔가를 찾고 싶은데 정작 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셈이다. 어쨌든, 현상학에서 언급하는 ‘환원’, 그것이 바르트가 책 앞부분에서 떠난 출발이자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투디움은 결국 언제나 약호화되지만”* 푼크툼은 그렇지 않다. 푼크툼은 내가 이름 지을 수 없는 것, 은연 중 숨어 있다가 홀연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그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점점 책 전체를 둘로 나누면 앞부분에 해당하는 끝 지점이 가까워진다. 관련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를 짬짬이 읽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에드문트 후설이 쓴 국내 번역본을 읽어볼 참이다. 후설 필독서라고 하는 책들은 모두 오래된 책이라 판이 끊겼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를 돌아 뭔가를 찾고 싶은데 정작 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셈이다. 어쨌든, 현상학에서 언급하는 ‘환원’, 그것이 바르트가 책 앞부분에서 떠난 출발이자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투디움은 결국 언제나 약호화되지만”* 푼크툼은 그렇지 않다. 푼크툼은 내가 이름 지을 수 없는 것, 은연 중 숨어 있다가 홀연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그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밝은 방: 21(사토리)

밝은 방: 21(사토리)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선을 뿌리치고 응시로 나아가려 한다. 시선은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던 바르트이다. 그러나 이제 응시에서는 황제를 직접 보았던 나폴레옹 막내 동생, 제롬만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라는 황제도, 그의 막내 동생도, 제롬도 ..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선을 뿌리치고 응시로 나아가려 한다. 시선은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던 바르트이다. 그러나 이제 응시에서는 황제를 직접 보았던 나폴레옹 막내 동생, 제롬만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라는 황제도, 그의 막내 동생도, 제롬도 ..

밝은 방: 20(비의지적인 특징)

밝은 방: 20(비의지적인 특징)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 무료 만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즐겁게 보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극 중 암흑가 보스인 주인공 피터팬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 유다야 신디케이트가 초능력자를 동원해 그를 쫓는 장면이 있다. 무려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소개된 초능력자는 달 뒷면을 촬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럼에도 피터팬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초능력은 늘 신비하다. 대게 이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뜨거운 대화 주제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혹시 모른다는 불확실한 판단을 은근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식할 수 없지만 실재하고 있다고, 아니..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 무료 만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즐겁게 보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극 중 암흑가 보스인 주인공 피터팬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 유다야 신디케이트가 초능력자를 동원해 그를 쫓는 장면이 있다. 무려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소개된 초능력자는 달 뒷면을 촬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럼에도 피터팬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초능력은 늘 신비하다. 대게 이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뜨거운 대화 주제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혹시 모른다는 불확실한 판단을 은근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식할 수 없지만 실재하고 있다고,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