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이걸 여유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런 날은 유독 하루가 길었다. 늘 하는 일은 정해져있는데 뜻하지 않은 시간이 생겨서 그럴까? 비가 온다.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보인다. 사실, 창문은 아니다. 방충망의 오밀조밀한 틈에 고여 있던 빗물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곤 한다. 방충망이라니, 비 오는 날, 참 낭만적이지 않은 단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사진을 통해 각인된 거짓 정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방충망에서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지만, 애써 분위기를 내려 그것을 창문으로 둔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금, 나는 그랬다. 사실을 알고 나니 또렷하게 방충망이 보인다. 방충망 너머엔 수평으로 흘러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