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다른 방법' 태그의 글 목록 4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 이유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 이유

사진노트

내 모습이 주제를 넘어서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존 버거가 쓴 글을 읽고 더 단단해졌다.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고 즐겼던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본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내 기술이 부족한 탓일 수 있고, 평소에 쌓아놓은 교양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늘 푸념 섞인 말을 한다. 물론, 이 말은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사진에 옮겨 놓는다는 말은 아니다. 뭔가를 본다는 것은 뭔가를 의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 함께 있을지라도, 그때 본 것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옮..

내 모습이 주제를 넘어서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선명한 사진을 꺼리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존 버거가 쓴 글을 읽고 더 단단해졌다. 선명한 사진을 좋아하고 즐겼던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본 그대로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내 기술이 부족한 탓일 수 있고, 평소에 쌓아놓은 교양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늘 푸념 섞인 말을 한다. 물론, 이 말은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사진에 옮겨 놓는다는 말은 아니다. 뭔가를 본다는 것은 뭔가를 의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 함께 있을지라도, 그때 본 것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옮..

소를 키우는 마르셀이 들려주는 사진의 의미

소를 키우는 마르셀이 들려주는 사진의 의미

사진노트

두 친구(존 버거와 장 모르)는 사진 작업을 위해 산악지방에 살고 있는 농부와 생활을 한다. 마르셀은 그들과 함께했던 농부 가운데 한 명이다. 마르셀은 소 50마리를 키운다. 이틀 동안 사진가 모르는 마르셀과 생활하며 꽤 친해진 듯하다. 서로 마음을 열면 진실한 대화가 오고가곤 한다. 모르가 현상한 소 사진을 본 마르셀은 그런 것은 찍을 게 못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은 사진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을 덧붙인다. 사람 얼굴을 찍을 거면 이렇게 쓱 잘라 찍지 말고 얼굴 전체 그리고 어깨까지 보이도록 찍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두 사진을 보면, 특히 눈 아래까지 내려온 짙은 눈썹은 묘하게 닮았다. 마치 두 사람이 만나 살다보면 성격뿐 아니라 외모도 닮는 것처럼. 얼굴 전체를 덮은 소..

두 친구(존 버거와 장 모르)는 사진 작업을 위해 산악지방에 살고 있는 농부와 생활을 한다. 마르셀은 그들과 함께했던 농부 가운데 한 명이다. 마르셀은 소 50마리를 키운다. 이틀 동안 사진가 모르는 마르셀과 생활하며 꽤 친해진 듯하다. 서로 마음을 열면 진실한 대화가 오고가곤 한다. 모르가 현상한 소 사진을 본 마르셀은 그런 것은 찍을 게 못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은 사진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을 덧붙인다. 사람 얼굴을 찍을 거면 이렇게 쓱 잘라 찍지 말고 얼굴 전체 그리고 어깨까지 보이도록 찍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두 사진을 보면, 특히 눈 아래까지 내려온 짙은 눈썹은 묘하게 닮았다. 마치 두 사람이 만나 살다보면 성격뿐 아니라 외모도 닮는 것처럼. 얼굴 전체를 덮은 소..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말하기의 다른 방법: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는 날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존 버거와 장 모르가 같이 작업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은 사진을 탐구하려는 목적으로 열심히 읽었다. ‘읽다’라는 말 그대로 그때는 정말 글만 읽었다. 어떤 사상을 알기 위해, 학문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했다. 그럼에도 길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낀 감동을 다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문데 흘러간 시간만큼 내가 달라진 게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날,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지금,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같다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그럼에도 다시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혹시나 처음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가 다시 책과 마주하는 동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존 버거와 장 모르가 같이 작업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은 사진을 탐구하려는 목적으로 열심히 읽었다. ‘읽다’라는 말 그대로 그때는 정말 글만 읽었다. 어떤 사상을 알기 위해, 학문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했다. 그럼에도 길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존 버거와 장 모르: 『말하기의 다른 방법』, 반(半)언어로서의 사진의 의미

존 버거와 장 모르: 『말하기의 다른 방법』, 반(半)언어로서의 사진의 의미

보고 읽고 쓰기/감상

존 버거와 장 모르의 사진에 관한 것 존 버거와 장 모르의 『말하기의 다른 방법』(1982) 서문에는 이 책이 어떤 의미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악지방에 사는 농부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집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사진에 관한 것이다. 즉, 오늘 날에 만연한 사진이라는 것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답을 찾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목적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첫 번째 목적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총 5부 중 2부의 에세이는 존 버거의 다른 책, 『보는 방법』(1972)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두 번째 목적에 부합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먼저 장 모르..

존 버거와 장 모르의 사진에 관한 것 존 버거와 장 모르의 『말하기의 다른 방법』(1982) 서문에는 이 책이 어떤 의미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악지방에 사는 농부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집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사진에 관한 것이다. 즉, 오늘 날에 만연한 사진이라는 것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답을 찾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목적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첫 번째 목적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총 5부 중 2부의 에세이는 존 버거의 다른 책, 『보는 방법』(1972)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두 번째 목적에 부합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먼저 장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