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노트' 태그의 글 목록 29개

밝은 방: 27(알아보기)

밝은 방: 27(알아보기)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도대체 꿈속에서는 보는 것일까, 아는 것일까”*라는 바르트의 말이 인상 깊다. 바르트가 쓴 글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바르트가 쓴 글이다. 그럼에도 말이라 하고 싶은 이유는, 고서를 읽는 것은 옛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사람이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은 말의 형태일 것이다. 그래서 난 글보단 말이라 적길 좋아한다. 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그것은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바르트가 사진 속에서 본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라는 소리다. “때때로 나는 어머니의 얼굴의 한 부분, 코와 이마와의 비례, 팔과 손의 움직임 등을 알아보았다.”** 이처럼 바르트는 부분으로 어머니를 알아보았지만 온전한 어머니의 모습을 알아보진 못했다. 사르트르는 『문학이란 무..

“도대체 꿈속에서는 보는 것일까, 아는 것일까”*라는 바르트의 말이 인상 깊다. 바르트가 쓴 글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바르트가 쓴 글이다. 그럼에도 말이라 하고 싶은 이유는, 고서를 읽는 것은 옛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사람이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은 말의 형태일 것이다. 그래서 난 글보단 말이라 적길 좋아한다. 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그것은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바르트가 사진 속에서 본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라는 소리다. “때때로 나는 어머니의 얼굴의 한 부분, 코와 이마와의 비례, 팔과 손의 움직임 등을 알아보았다.”** 이처럼 바르트는 부분으로 어머니를 알아보았지만 온전한 어머니의 모습을 알아보진 못했다. 사르트르는 『문학이란 무..

밝은 방: 26(분리로써의 역사)

밝은 방: 26(분리로써의 역사)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바르트는 옛 사진들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물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며 결코 알 수 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르트가 포착한 어머니의 모습은 ‘역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기간”*을 뜻한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구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주의력은 어머니로부터,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장신구로 옮겨간다. 옷의 유행이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어서,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2의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우리가 고인을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생전 몸..

바르트는 옛 사진들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회상한다. 물론,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속 어머니는 그가 알고 있는 어머니가 아니며 결코 알 수 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바르트가 포착한 어머니의 모습은 ‘역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기간”*을 뜻한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구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주의력은 어머니로부터,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장신구로 옮겨간다. 옷의 유행이란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어서,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2의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우리가 고인을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생전 몸..

밝은 방: 25(어느 날 저녁)

밝은 방: 25(어느 날 저녁)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오랜만에 읽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무슨 이유인지 감회가 새롭다. 방금 트위터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월간 사진 잡지 에 대한 얘기지만 새로움을 느낀 지금 감정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포토닷 4월호가 오면 '사진을 본다'는 것과 '사진을 읽는다'는 것,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포토닷을 보고, 읽을 생각이다. 늘 그랬지만, 난 사진을 본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번 호는 그런 점에 상당히 부합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몇 개월이 지나 읽는 밝은 방을 2부는 잔잔하다. 바르트의 목소리가 이토록 차분했던가? 다른 책에서 읽은 얘기인데 바르트는 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공존한다고 한다. 그런 목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2부에서 들려주는 목소..

오랜만에 읽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무슨 이유인지 감회가 새롭다. 방금 트위터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월간 사진 잡지 에 대한 얘기지만 새로움을 느낀 지금 감정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포토닷 4월호가 오면 '사진을 본다'는 것과 '사진을 읽는다'는 것,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포토닷을 보고, 읽을 생각이다. 늘 그랬지만, 난 사진을 본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번 호는 그런 점에 상당히 부합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몇 개월이 지나 읽는 밝은 방을 2부는 잔잔하다. 바르트의 목소리가 이토록 차분했던가? 다른 책에서 읽은 얘기인데 바르트는 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공존한다고 한다. 그런 목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2부에서 들려주는 목소..

밝은 방: 24(취소의 말)

밝은 방: 24(취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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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바르트는 앞서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라 했다. 그는 이런 우연한 사진으로부터 그 본질을 찾는 탐구를 시작했고 그 매개자로 ‘나’를 선택했다. 이것은 모든 것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들어맞는 앎이다. 1장부터 시작해 23장에 이르는 글이 바로 그 탐구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그가 분류한 사진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스투디움이며 판단을 멈추는 행위는 푼크툼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나의 기쁨은 불완전한 중재인이었음을, 향락주의적인 계획으로 축소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취소의 말을 적는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것이 정말 의미 없는 탐구였을까? 그러..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밝은 방: 23(가려진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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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때로는 글쓴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부 단락이나 문장만을 다루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이번 장은 뒷장에 언급된 말 때문에 더 정리가 쉽지 않다. 바로 지금까지 적은 글은 취소의 글이라는 바르트의 말 때문이다. 취소의 글이라는 의미(역자는 개영시라고 언급한)는 바로 다음 글에 정리할 참이다. 사실, 이번 장을 정리한다고 적은 글을 다시 읽으니 24장을 정리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점점 더 책이 내게 주는 의미가 깊어짐을 느낀다. 23장에 언급된 ‘막힌 시야’의 의미는 에드문트 후설의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어떤 대상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상상에 의해서 무한히 많은 모상을 만들어 가면, 이 모상의 다..

밝은 방: 22(사후에 그리고 침묵)

밝은 방: 22(사후에 그리고 침묵)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점점 책 전체를 둘로 나누면 앞부분에 해당하는 끝 지점이 가까워진다. 관련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를 짬짬이 읽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에드문트 후설이 쓴 국내 번역본을 읽어볼 참이다. 후설 필독서라고 하는 책들은 모두 오래된 책이라 판이 끊겼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를 돌아 뭔가를 찾고 싶은데 정작 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셈이다. 어쨌든, 현상학에서 언급하는 ‘환원’, 그것이 바르트가 책 앞부분에서 떠난 출발이자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투디움은 결국 언제나 약호화되지만”* 푼크툼은 그렇지 않다. 푼크툼은 내가 이름 지을 수 없는 것, 은연 중 숨어 있다가 홀연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그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점점 책 전체를 둘로 나누면 앞부분에 해당하는 끝 지점이 가까워진다. 관련 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를 짬짬이 읽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에드문트 후설이 쓴 국내 번역본을 읽어볼 참이다. 후설 필독서라고 하는 책들은 모두 오래된 책이라 판이 끊겼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를 돌아 뭔가를 찾고 싶은데 정작 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셈이다. 어쨌든, 현상학에서 언급하는 ‘환원’, 그것이 바르트가 책 앞부분에서 떠난 출발이자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투디움은 결국 언제나 약호화되지만”* 푼크툼은 그렇지 않다. 푼크툼은 내가 이름 지을 수 없는 것, 은연 중 숨어 있다가 홀연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그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밝은 방: 21(사토리)

밝은 방: 21(사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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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선을 뿌리치고 응시로 나아가려 한다. 시선은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던 바르트이다. 그러나 이제 응시에서는 황제를 직접 보았던 나폴레옹 막내 동생, 제롬만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라는 황제도, 그의 막내 동생도, 제롬도 ..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사진을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멍한 상태, 그러니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와 같이 내가 대상을 보고는 있지만 마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상태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상태. 시선과 응시의 차이처럼. 바르트는 (어떤)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추방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선을 뿌리치고 응시로 나아가려 한다. 시선은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던 바르트이다. 그러나 이제 응시에서는 황제를 직접 보았던 나폴레옹 막내 동생, 제롬만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라는 황제도, 그의 막내 동생도, 제롬도 ..

밝은 방: 20(비의지적인 특징)

밝은 방: 20(비의지적인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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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 무료 만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즐겁게 보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극 중 암흑가 보스인 주인공 피터팬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 유다야 신디케이트가 초능력자를 동원해 그를 쫓는 장면이 있다. 무려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소개된 초능력자는 달 뒷면을 촬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럼에도 피터팬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초능력은 늘 신비하다. 대게 이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뜨거운 대화 주제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혹시 모른다는 불확실한 판단을 은근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식할 수 없지만 실재하고 있다고, 아니..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 무료 만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즐겁게 보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다. 극 중 암흑가 보스인 주인공 피터팬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 유다야 신디케이트가 초능력자를 동원해 그를 쫓는 장면이 있다. 무려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소개된 초능력자는 달 뒷면을 촬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럼에도 피터팬을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며 애를 먹는다. 초능력은 늘 신비하다. 대게 이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뜨거운 대화 주제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혹시 모른다는 불확실한 판단을 은근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식할 수 없지만 실재하고 있다고, 아니..

밝은 방: 19(푼크툼:부분적 특징)

밝은 방: 19(푼크툼:부분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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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순간적이라고 하여도 푼크툼은 다소간 잠재적으로 확장의 힘을 가진다. 이 힘은 흔히 환유적이다. 〔…〕 푼크툼의 또다른 확장의 예(보다 덜 프루스트적인)가 있다. 역설적인 말 같지만 그것은, ‘하찮은 것’으로 남아 있을 때, 사진을 온통 가득 채운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8-49쪽 바르트는 푼크툼을 디테일로 여깁니다. 세세한 부분, 그러니까 사물에서 한 부분이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라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와 같은 말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나타내는 식이죠. 바르트는 흙투성이 도로에 파여진 결에서 중부 유럽을 떠올리고 곧바로 헝가리와 루마니아를 여행할 때 지나간 마을을 떠올립니다. 사실, 떠올린다는 표현이 맞지 않습니다. 몸으로 알아..

아무리 순간적이라고 하여도 푼크툼은 다소간 잠재적으로 확장의 힘을 가진다. 이 힘은 흔히 환유적이다. 〔…〕 푼크툼의 또다른 확장의 예(보다 덜 프루스트적인)가 있다. 역설적인 말 같지만 그것은, ‘하찮은 것’으로 남아 있을 때, 사진을 온통 가득 채운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8-49쪽 바르트는 푼크툼을 디테일로 여깁니다. 세세한 부분, 그러니까 사물에서 한 부분이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라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와 같은 말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나타내는 식이죠. 바르트는 흙투성이 도로에 파여진 결에서 중부 유럽을 떠올리고 곧바로 헝가리와 루마니아를 여행할 때 지나간 마을을 떠올립니다. 사실, 떠올린다는 표현이 맞지 않습니다. 몸으로 알아..

밝은 방: 18(스투디움과 푼크툼의 공존)

밝은 방: 18(스투디움과 푼크툼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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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이지. 그가 버섯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전에서 음악(music)과 버섯(mushroom)이 서로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두 단어는 서로서로에게 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묶여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하기에 아주 어려운 공현전(共現前)의 방식입니다. 환유적인 것도 아니고, 대조적인 것도 아니고, 인과적인 것도 아닌 공현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논리성이 없는 연속, 하지만 논리의 파괴를 의미하지 않는 연속. 즉 중립적인 연속. 이것이 바로 하이쿠 모음집의 바탕일 듯합니다.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변광배 옮김, 민음사, 2015, 75쪽 오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봅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에 수록된 여..

존 케이지. 그가 버섯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전에서 음악(music)과 버섯(mushroom)이 서로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두 단어는 서로서로에게 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묶여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하기에 아주 어려운 공현전(共現前)의 방식입니다. 환유적인 것도 아니고, 대조적인 것도 아니고, 인과적인 것도 아닌 공현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논리성이 없는 연속, 하지만 논리의 파괴를 의미하지 않는 연속. 즉 중립적인 연속. 이것이 바로 하이쿠 모음집의 바탕일 듯합니다.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변광배 옮김, 민음사, 2015, 75쪽 오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봅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에 수록된 여..

밝은 방: 17(단일 사진)

밝은 방: 17(단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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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현실’을 이중화시키지 않고 강조하여 변형시키고 흔들리게 만들 때(강조는 하나의 응집력이다) 단일성을 갖는다. 거기에는 이중성이나 간접성, 교란이 없다. 단일사진은, 구성의 ‘통일성’이 통속 수사학(그리고 특히 학교 교육의)의 제1규칙이므로, 결국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한 조언자는 아마튜어 사진가들에게 “주제는 쓸데없는 소도구들을 제거하고 단순해야만 한다. 그것은 통일성의 추구라는 이름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5쪽 이어서 바르트는 단일사진의 일례로 보도사진과 포르노사진을 듭니다. 그것들은 단 하나의 대상을 지시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오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했습니다. 우리를 찌르는 것은 사진 속 그 때..

사진은 ‘현실’을 이중화시키지 않고 강조하여 변형시키고 흔들리게 만들 때(강조는 하나의 응집력이다) 단일성을 갖는다. 거기에는 이중성이나 간접성, 교란이 없다. 단일사진은, 구성의 ‘통일성’이 통속 수사학(그리고 특히 학교 교육의)의 제1규칙이므로, 결국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한 조언자는 아마튜어 사진가들에게 “주제는 쓸데없는 소도구들을 제거하고 단순해야만 한다. 그것은 통일성의 추구라는 이름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5쪽 이어서 바르트는 단일사진의 일례로 보도사진과 포르노사진을 듭니다. 그것들은 단 하나의 대상을 지시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오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했습니다. 우리를 찌르는 것은 사진 속 그 때..

밝은 방: 16(욕망을 불어넣기)

밝은 방: 16(욕망을 불어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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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풍경사진은 (도시건 시골이건)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주어야 한다. 이 거주의 욕망을 잘 관찰해 보면, 몽환적인 것도(나는 기상천외의 장소를 꿈꾸지는 않는다.) 경험적인 것도 아니다. (나는 부동산업자의 광고를 보고 집을 사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상적이며 나를 앞으로, 유토피아적인 시간 속으로 데려가는 듯한, 혹은 한없이 뒤로 데려가는 듯이 보이는 일종의 투시력(yoyance)에 속한다. 그러나 내 자신도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보들레르가 〈여행에의 초대〉와 〈전생(前生)〉에서 노래한 이중의 움직임이다. 이 열애의 감정이 솟는 풍경 앞에서 마치 나는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혹은 가게 될 것을 확신하게 ..

나에게 있어서 풍경사진은 (도시건 시골이건)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주어야 한다. 이 거주의 욕망을 잘 관찰해 보면, 몽환적인 것도(나는 기상천외의 장소를 꿈꾸지는 않는다.) 경험적인 것도 아니다. (나는 부동산업자의 광고를 보고 집을 사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환상적이며 나를 앞으로, 유토피아적인 시간 속으로 데려가는 듯한, 혹은 한없이 뒤로 데려가는 듯이 보이는 일종의 투시력(yoyance)에 속한다. 그러나 내 자신도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보들레르가 〈여행에의 초대〉와 〈전생(前生)〉에서 노래한 이중의 움직임이다. 이 열애의 감정이 솟는 풍경 앞에서 마치 나는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혹은 가게 될 것을 확신하게 ..

밝은 방: 15(의미하기)

밝은 방: 15(의미하기)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사회는 순수한 의미를 경계하는 것 같다. 사회는 의미를 원하는 동시에 이것을 덜 날카롭게 만들 수 있는, (인공두뇌학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어떤 잡음에 둘러싸이기를 바란다. 또한 사회는 그 의미(효과가 아니라)가 너무 인상적인 사진은 곧 외면한다. 사람들은 사진을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미학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 그 사진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문자와는 다른―생각하게 하고 암시하였다. 결국 사진은, 두려움을 주거나 찡그리거나 비난할 때가 아니라 생각에 잠길 때, 파괴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1-42쪽 이번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문명화된 잡지와 사실주의, 시간을 되돌리는 광기를 말이다. 다른 얘기일 수..

사회는 순수한 의미를 경계하는 것 같다. 사회는 의미를 원하는 동시에 이것을 덜 날카롭게 만들 수 있는, (인공두뇌학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어떤 잡음에 둘러싸이기를 바란다. 또한 사회는 그 의미(효과가 아니라)가 너무 인상적인 사진은 곧 외면한다. 사람들은 사진을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미학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 그 사진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문자와는 다른―생각하게 하고 암시하였다. 결국 사진은, 두려움을 주거나 찡그리거나 비난할 때가 아니라 생각에 잠길 때, 파괴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41-42쪽 이번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문명화된 잡지와 사실주의, 시간을 되돌리는 광기를 말이다. 다른 얘기일 수..

밝은 방: 14(현장에서 포착하기)

밝은 방: 14(현장에서 포착하기)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초기에 ‘사진’은, 놀라움을 주기 위하여, 눈에 띄는 것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곧, 잘 알려진 전도에 의해 사진은 자신이 촬영한 것을 사람들의 눈에 띄게 만든다. 그리하여 ‘하찮은 것’이 궤변적인 가치의 절정이 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8쪽 문장은 짧지만, 잘 알려진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놀라움’을 이야기 하면, 샤를 보들레르는 사진이 예술 영역을 침범함을 불쾌했다. “아름다움에 늘 놀람의 요소가 있다고 해서 놀라운 것이 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김우룡 엮음, 『사진과 텍스트』, 눈빛, 2011, 38쪽) 보들레르가 말하는 놀라움은 바르트가 말하는 놀라움과 같다. 놀라움에 이어 촬영된 것은 ‘하찮은 것’이다. 19..

초기에 ‘사진’은, 놀라움을 주기 위하여, 눈에 띄는 것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곧, 잘 알려진 전도에 의해 사진은 자신이 촬영한 것을 사람들의 눈에 띄게 만든다. 그리하여 ‘하찮은 것’이 궤변적인 가치의 절정이 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8쪽 문장은 짧지만, 잘 알려진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놀라움’을 이야기 하면, 샤를 보들레르는 사진이 예술 영역을 침범함을 불쾌했다. “아름다움에 늘 놀람의 요소가 있다고 해서 놀라운 것이 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김우룡 엮음, 『사진과 텍스트』, 눈빛, 2011, 38쪽) 보들레르가 말하는 놀라움은 바르트가 말하는 놀라움과 같다. 놀라움에 이어 촬영된 것은 ‘하찮은 것’이다. 19..

밝은 방: 13(그리기)

밝은 방: 13(그리기)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나의 연구의 현 단계에서는 사진이 아무리 사실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림과 구별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화주의’는 사진이 자신에 관해 생각하는 하나의 과정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진이 예술에 접근하는 것은, 회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6쪽 사진은 예술성을 증명하기 위해 ‘회화주의’ 사진을 추구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의 소제목을 (사진을) ‘그리다’로 명명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은 생생함을 추구한다. 마치 대상이 구경꾼 앞에 살아있다고 증명하려는 것처럼. 이 생생함의 배후에는 바로 죽음이 있다고 바르트는 말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데카르트의 잠수인형..

나의 연구의 현 단계에서는 사진이 아무리 사실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림과 구별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화주의’는 사진이 자신에 관해 생각하는 하나의 과정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진이 예술에 접근하는 것은, 회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6쪽 사진은 예술성을 증명하기 위해 ‘회화주의’ 사진을 추구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의 소제목을 (사진을) ‘그리다’로 명명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은 생생함을 추구한다. 마치 대상이 구경꾼 앞에 살아있다고 증명하려는 것처럼. 이 생생함의 배후에는 바로 죽음이 있다고 바르트는 말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데카르트의 잠수인형..

밝은 방: 12(정보제공)

밝은 방: 12(정보제공)

보고 읽고 쓰기/밝은 방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므로 (사진은 언제나 표현된 그 무엇이다)― 한 낱말의 돌연한 작용에 의해 하나의 문장을 묘사로부터 명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텍스트와는 달리 ― 민속학적 지식의 재료가 되는 ‘세부들’을 단번에 보여준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4-35쪽 여기서 바르트는 사진과 사물의 관계는 우연하게 맺어진다고 말한다. 즉 사진의 특성 가운데 우연성은 사물의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닌 그 사물을 지시함을 말한다. 언어는 또 다른 언어와의 차이에 통해 유지되지만, 사진은 그렇지 않다. 사진은 지시하는 사물의 차이를 통해 유지된다고 바르트는 말한다. 2016-09-27 사진의 의미론은 화용론이며 다른 말로 저자의 죽음이라 한다. ..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므로 (사진은 언제나 표현된 그 무엇이다)― 한 낱말의 돌연한 작용에 의해 하나의 문장을 묘사로부터 명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텍스트와는 달리 ― 민속학적 지식의 재료가 되는 ‘세부들’을 단번에 보여준다.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86, 34-35쪽 여기서 바르트는 사진과 사물의 관계는 우연하게 맺어진다고 말한다. 즉 사진의 특성 가운데 우연성은 사물의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닌 그 사물을 지시함을 말한다. 언어는 또 다른 언어와의 차이에 통해 유지되지만, 사진은 그렇지 않다. 사진은 지시하는 사물의 차이를 통해 유지된다고 바르트는 말한다. 2016-09-27 사진의 의미론은 화용론이며 다른 말로 저자의 죽음이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