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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목소리가 사라진 복면가왕

진정한 목소리가 사라진 복면가왕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MBC가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같은 방송사에서 복면가왕 시스템을 모방해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덕분에 그동안 외면했던 MBC를 그 시간만큼은 기다리게 된다. 여러모로 MBC 입장에서는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기획 의도는 널리 알려졌듯 유명가수라는 명성 기호보다는 목소리만으로 느낄 수 있는 진정성 기호를 다시 살려보자는 것이다. 내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김연우 4집, 《Mr. Big》을 구매했던 것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방송이 거듭되면서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명성 기호이다. 흔히 현대는 눈이 압도하는 시대이다. 옛날 눈과 귀가 조화를 이루는 시대를 맛보자는 취지가 바로 복명가왕의 취지이다. 방송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MBC가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같은 방송사에서 복면가왕 시스템을 모방해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덕분에 그동안 외면했던 MBC를 그 시간만큼은 기다리게 된다. 여러모로 MBC 입장에서는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기획 의도는 널리 알려졌듯 유명가수라는 명성 기호보다는 목소리만으로 느낄 수 있는 진정성 기호를 다시 살려보자는 것이다. 내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김연우 4집, 《Mr. Big》을 구매했던 것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방송이 거듭되면서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명성 기호이다. 흔히 현대는 눈이 압도하는 시대이다. 옛날 눈과 귀가 조화를 이루는 시대를 맛보자는 취지가 바로 복명가왕의 취지이다. 방송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지금여기’의 <타임라인의 바깥> 전시를 보고

‘지금여기’의 <타임라인의 바깥> 전시를 보고

보고 읽고 쓰기/전시회

‘지금여기’의 는 영상 위주로 구성된 전시였어요. 독특했던 건 관람자가 정면으로 영상과 마주하며 앉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간이의자예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스펙터클한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그랬나 봅니다. 생각보다 전시장은 넓더군요. 찾는 길은 스마트폰 지도를 이용해서 잘 찾아갔는데 잠시 길을 찾지 못해 지체했지만 누군가 다녀간 이야기에 올린 사진을 봐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마침 주인장을 바깥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죠. 전시장 바깥 모습이 주차장 같아서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이전에는 봉제 공장이기도 했다더군요. 재미있게 본 작품은 공석민의 이예요. 물걸레로 도심 인도를 쓱쓱 닦는 영상인데 아무래도 이번 전시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또 하나 있는..

‘지금여기’의 는 영상 위주로 구성된 전시였어요. 독특했던 건 관람자가 정면으로 영상과 마주하며 앉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간이의자예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스펙터클한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그랬나 봅니다. 생각보다 전시장은 넓더군요. 찾는 길은 스마트폰 지도를 이용해서 잘 찾아갔는데 잠시 길을 찾지 못해 지체했지만 누군가 다녀간 이야기에 올린 사진을 봐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마침 주인장을 바깥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죠. 전시장 바깥 모습이 주차장 같아서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이전에는 봉제 공장이기도 했다더군요. 재미있게 본 작품은 공석민의 이예요. 물걸레로 도심 인도를 쓱쓱 닦는 영상인데 아무래도 이번 전시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또 하나 있는..

영화 메멘토에서 들려주는 기억과 기억행위의 차이

영화 메멘토에서 들려주는 기억과 기억행위의 차이

보고 읽고 쓰기/영화

현재는 의미 없어 빌어먹을 메모처럼.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이죠. 영화 메멘토(Memento, 2000)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을 앓고 있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사건 이후는 오로지 10분의 삶만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흘러간 시간은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레너드에게는 시간, 정확히 말하면 과거가 의미가 없습니다. 즉, 사건 이후 그에게는 오직 현재 뿐이죠.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색채 영상과 흑백 영상이 서로 얽히며 진행됩니다. 색채 영상은 현재 사건에서 시작해서 과거 사건을 보여주고, 흑백영상은 그 반대입니다. 쉽게 말해 ..

현재는 의미 없어 빌어먹을 메모처럼. 기억이란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이죠. 영화 메멘토(Memento, 2000)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을 앓고 있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사건 이후는 오로지 10분의 삶만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흘러간 시간은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레너드에게는 시간, 정확히 말하면 과거가 의미가 없습니다. 즉, 사건 이후 그에게는 오직 현재 뿐이죠.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색채 영상과 흑백 영상이 서로 얽히며 진행됩니다. 색채 영상은 현재 사건에서 시작해서 과거 사건을 보여주고, 흑백영상은 그 반대입니다. 쉽게 말해 ..

사진에 제목 붙이기

사진에 제목 붙이기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사진이 구상적 표현에서 기의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그대로 현실의 사물을 지시하며 현실의 사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사진을 통해 본 것은 그대로 현실의 사물을 보는 것과 같다. 백과사전에 사용되는 사진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현실에 존재하는 그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인식되도록 단일 대상과 그것을 지시하는 단일 제목 붙이기가 따른다. 사진에 제목 붙이기는 늘 고민스러운 작업이다. 대체로 상황이나 지시 대상을 묘사하는 제목은 단일 대상에 사용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지 대상들을 나열한다. 또한 전체에서 세부로, 아니면 각각을 지시하는 제목은 시선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목을 부여함으로써 사진과 제목을 오고가며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제목..

사진이 구상적 표현에서 기의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그대로 현실의 사물을 지시하며 현실의 사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사진을 통해 본 것은 그대로 현실의 사물을 보는 것과 같다. 백과사전에 사용되는 사진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현실에 존재하는 그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인식되도록 단일 대상과 그것을 지시하는 단일 제목 붙이기가 따른다. 사진에 제목 붙이기는 늘 고민스러운 작업이다. 대체로 상황이나 지시 대상을 묘사하는 제목은 단일 대상에 사용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지 대상들을 나열한다. 또한 전체에서 세부로, 아니면 각각을 지시하는 제목은 시선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목을 부여함으로써 사진과 제목을 오고가며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제목..

의미화 이전의 의미를 찾는다는 희망

의미화 이전의 의미를 찾는다는 희망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숀 홀의 《기호학 입문》(김진실 옮김, 비즈앤비즈, 2009)에서 “이 점들이 의미하는 뭔가가 있을까?”는 상징을 통해 기의와 기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상징은 점자이며 제시된 점자는 ‘맹인’을 의미한다고 한다. 점자는 엘리베이터나 여러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으나 나에게는 단순한 점 이음으로 다가온다. 아직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유사한 경험은 오목을 두고 있는 형상이다. 비록 백점은 빠졌지만 형상은 그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의미를 이해하고 지나치면 될 것을 과연 제시된 점자가 맹인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한글 점자를 찾아보니 맞질 않는다. 혹시라도 영어일까 싶어 대조를 해봤지만 다르다. 프랑스 점자도 아니었다. 결국, 포기할 쯤 찾고 있던 기표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내가 찾던 기표는..

숀 홀의 《기호학 입문》(김진실 옮김, 비즈앤비즈, 2009)에서 “이 점들이 의미하는 뭔가가 있을까?”는 상징을 통해 기의와 기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상징은 점자이며 제시된 점자는 ‘맹인’을 의미한다고 한다. 점자는 엘리베이터나 여러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으나 나에게는 단순한 점 이음으로 다가온다. 아직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유사한 경험은 오목을 두고 있는 형상이다. 비록 백점은 빠졌지만 형상은 그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의미를 이해하고 지나치면 될 것을 과연 제시된 점자가 맹인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한글 점자를 찾아보니 맞질 않는다. 혹시라도 영어일까 싶어 대조를 해봤지만 다르다. 프랑스 점자도 아니었다. 결국, 포기할 쯤 찾고 있던 기표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내가 찾던 기표는..

방랑: 주제 없음의 주제

방랑: 주제 없음의 주제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방랑》은 때늦은 작업이나 다름없다. 나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정신병원과 《뉴욕 통신》에서 작업했던 그런 자리로 뒤늦게 돌아온 것이다. 분명 그렇게 했다. 나는 주제도 제목도 팽개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만족했다. 방랑이란, 주제를 포기하는 것이고 영화에서처럼 줄거리를 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라는 것은 항상 영화를 감시하고, 이야기를 감시하는 귀찮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고 보면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60쪽. 드파르동이 말하는 방랑이라는 것은 참 모순적인데, 주제가 방랑임에도 주제를 포기하는 것이 방랑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줄거리를 더할 나위 없이 불필요한 것이라 한다. 이 모순을 드파르동은 어떻게 ..

《방랑》은 때늦은 작업이나 다름없다. 나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정신병원과 《뉴욕 통신》에서 작업했던 그런 자리로 뒤늦게 돌아온 것이다. 분명 그렇게 했다. 나는 주제도 제목도 팽개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만족했다. 방랑이란, 주제를 포기하는 것이고 영화에서처럼 줄거리를 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라는 것은 항상 영화를 감시하고, 이야기를 감시하는 귀찮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고 보면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60쪽. 드파르동이 말하는 방랑이라는 것은 참 모순적인데, 주제가 방랑임에도 주제를 포기하는 것이 방랑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줄거리를 더할 나위 없이 불필요한 것이라 한다. 이 모순을 드파르동은 어떻게 ..

방랑: 사진은 내 기억이 아니다

방랑: 사진은 내 기억이 아니다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그러나 방랑은 단순한 광기보다 더하다. 자취를 남기고, 시간을 붙잡는다. 늙을까 겁내고 죽을까 겁내지 않을까. 그뿐인가. 찍었던 옛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에 집착했을까? 내가 찍은 사진인데 내 기억이 아니다. 언제나 이렇게 모호하다. 사진가의 기억은 이런 것과 다를 텐데. 그건, 분명 내 사진들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기억과 시선을 어지간히 분리했기 때문에 광기가 나타나는 것 아닐까?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 시선을 던진다. 만질 수도 정의할 수도 없다. 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46쪽. "사진은 내 기억이 아니다"라고 앞서 말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지속적으로 드파르동 자신이 '나'를 언급하고 있고 사진집 형태로 ..

그러나 방랑은 단순한 광기보다 더하다. 자취를 남기고, 시간을 붙잡는다. 늙을까 겁내고 죽을까 겁내지 않을까. 그뿐인가. 찍었던 옛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에 집착했을까? 내가 찍은 사진인데 내 기억이 아니다. 언제나 이렇게 모호하다. 사진가의 기억은 이런 것과 다를 텐데. 그건, 분명 내 사진들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기억과 시선을 어지간히 분리했기 때문에 광기가 나타나는 것 아닐까?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 시선을 던진다. 만질 수도 정의할 수도 없다. 레몽 드파르동. 《방랑 ERRANCE》. 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46쪽. "사진은 내 기억이 아니다"라고 앞서 말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지속적으로 드파르동 자신이 '나'를 언급하고 있고 사진집 형태로 ..

마법의 공간, 냉장고

마법의 공간, 냉장고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유통기한이 일 년이나 남은 것도 냉장고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유통기한이 일 년이나 지나있다. 냉장고는 참으로 마법의 공간이다. 2016-4-7 철학자 강신주 또한 문학평론가 함돈균과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냉장고가 없었다면 마법과 같은 시간을 경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한한 소비를 위해 무한한 도축과 포획도 없었을 것이다. 냉장고가 ‘부활’과 ‘보존’의 타임머신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냉장고라는 저장고가 없었더라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동물 도축과 바다생물 포획으로 이루어진 현대의 음식 문명이 가능했을까. 가끔씩 인간의 천국이 동물들의 지옥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함돈균, 『사물의 철학』, 세종서적, 2015, 46쪽

유통기한이 일 년이나 남은 것도 냉장고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유통기한이 일 년이나 지나있다. 냉장고는 참으로 마법의 공간이다. 2016-4-7 철학자 강신주 또한 문학평론가 함돈균과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냉장고가 없었다면 마법과 같은 시간을 경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한한 소비를 위해 무한한 도축과 포획도 없었을 것이다. 냉장고가 ‘부활’과 ‘보존’의 타임머신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냉장고라는 저장고가 없었더라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동물 도축과 바다생물 포획으로 이루어진 현대의 음식 문명이 가능했을까. 가끔씩 인간의 천국이 동물들의 지옥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함돈균, 『사물의 철학』, 세종서적, 2015, 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