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태그의 글 목록 42개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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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뒤 발생한 가격 폭리 논란으로 인해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연재해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높이는 것은 잘못일까? 그럼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 할까?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2014, 22쪽 간단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경제학자와 주 법무장관의 글을 읽으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경제학자의 주장은 ‘공정 가격’은 허울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고파는 행위에서 과연 적당한 가격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군요. 비슷한 품목의 과..

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뒤 발생한 가격 폭리 논란으로 인해 도덕과 법에 관한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연재해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높이는 것은 잘못일까? 그럼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 할까?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 감수, 김명철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2014, 22쪽 간단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경제학자와 주 법무장관의 글을 읽으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경제학자의 주장은 ‘공정 가격’은 허울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고파는 행위에서 과연 적당한 가격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군요. 비슷한 품목의 과..

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장소사색을 하게 해준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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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짧은 논문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그 사회적 공간》을 소개한 기사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한겨레 사진마을 “논문으로 찍은 사진, 사진으로 쓴 논문”이란 제목으로 색다른 포토에세이라 소개를 합니다. 논문이란 말을 적어 놔서 아찔합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말은 짧은 논문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독자층이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에세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대뜸 하이데거의 ‘존재의 토폴로지’가 떠오릅니다. ‘존재의 장소에 대한 말하기’로 이해할 수 있는데, 존재라는 말이 좀 어려우니 장소사색이나 장소생각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를 떠올리거나 남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장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그것..

에세이, 짧은 논문 눈빛포토에세이 《경동시장, 그 사회적 공간》을 소개한 기사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한겨레 사진마을 “논문으로 찍은 사진, 사진으로 쓴 논문”이란 제목으로 색다른 포토에세이라 소개를 합니다. 논문이란 말을 적어 놔서 아찔합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말은 짧은 논문을 뜻하기도 합니다만, 독자층이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에세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대뜸 하이데거의 ‘존재의 토폴로지’가 떠오릅니다. ‘존재의 장소에 대한 말하기’로 이해할 수 있는데, 존재라는 말이 좀 어려우니 장소사색이나 장소생각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를 떠올리거나 남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장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그것..

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

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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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기억에 따라 만든 사진들 또 다시 롤랑 바르트의 얘기인데, 이제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주절거리는 시답잖은 사진 얘기 중에 바르트가 등장하지만, 정작 정확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얘기도 있다는 식이니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다시 그의 얘기다. 정확히는 그의 소설을 읽고 떠올랐던 사진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글 첫머리에 얘기했던 것, 그리고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그림엽서의 굳어버린 부동성을 무너뜨리는 이 고장의 힘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다시 만나게 된다. 너무 사진만 찍으려들지 말 일이다. 판단하려면, 사랑하려면 여기 와서 있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곳곳의, 사철의, 시간의, 빛의 일렁이는 물결무늬 전체를 두루 겪어볼 수 있어야 한다..

육체의 기억에 따라 만든 사진들 또 다시 롤랑 바르트의 얘기인데, 이제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주절거리는 시답잖은 사진 얘기 중에 바르트가 등장하지만, 정작 정확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얘기도 있다는 식이니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다시 그의 얘기다. 정확히는 그의 소설을 읽고 떠올랐던 사진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글 첫머리에 얘기했던 것, 그리고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그림엽서의 굳어버린 부동성을 무너뜨리는 이 고장의 힘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다시 만나게 된다. 너무 사진만 찍으려들지 말 일이다. 판단하려면, 사랑하려면 여기 와서 있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곳곳의, 사철의, 시간의, 빛의 일렁이는 물결무늬 전체를 두루 겪어볼 수 있어야 한다..

테리 배렛: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테리 배렛: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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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기에서 내부적, 외부적 문맥의 의미 읽기 어려운 책을 읽었다. 내가 이럴 때 쓰는 말은 이것이다. ‘눈으로만 봤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 많다. 사진이나 영화는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이 남는다. 한 마디로 이미지가 남는데,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텍스트를 만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럴 때 나만의 돌파구가 있다. 전후 문맥을 딱 잘라버리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만 끄집어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도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은 늘 사진을 보는 방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을 읽은 것도 그런 이유다. 외부적 문맥은 사진이 보여지는 상황을 뜻한다. 모든 사진은 고의든 우연이든 문맥 속에 위치한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통제된 상황..

사진 보기에서 내부적, 외부적 문맥의 의미 읽기 어려운 책을 읽었다. 내가 이럴 때 쓰는 말은 이것이다. ‘눈으로만 봤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 많다. 사진이나 영화는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이 남는다. 한 마디로 이미지가 남는데,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텍스트를 만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럴 때 나만의 돌파구가 있다. 전후 문맥을 딱 잘라버리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만 끄집어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도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은 늘 사진을 보는 방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을 읽은 것도 그런 이유다. 외부적 문맥은 사진이 보여지는 상황을 뜻한다. 모든 사진은 고의든 우연이든 문맥 속에 위치한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통제된 상황..

피에르 레비 지음: 《누스페어》

피에르 레비 지음: 《누스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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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보다는 이주를 희망보다는 용기를 말하다 피에르 레비가 말하는 ‘누스페어’의 ‘noo’는 정신, ‘sphere’는 시공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른바 ‘정신계’로 번역되는 누스페어란 현재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화 과정의 완성 단계를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인간의 잠재적 역능이 사이버공간에서 현재화되는 과정으로 현대 문명화 과정의 요체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이 한층 더 고양, 발현되는 영성적 교류의 장이다. 그는 누스페어가 집단지성과 인간의 정신적 유산이 한데 어우러진 인류의 ‘문명사적 혁명’으로, 가상화를 통해 국경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통합된 인류로 정체성의 혼란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한다. “언젠가 인류의 이동 현상이 심해지면, (이미 상품이나 자본, 정보가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듯이) 지리적 국..

저항보다는 이주를 희망보다는 용기를 말하다 피에르 레비가 말하는 ‘누스페어’의 ‘noo’는 정신, ‘sphere’는 시공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른바 ‘정신계’로 번역되는 누스페어란 현재까지 인류가 겪어온 문명화 과정의 완성 단계를 의미한다. 누스페어는 인간의 잠재적 역능이 사이버공간에서 현재화되는 과정으로 현대 문명화 과정의 요체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이 한층 더 고양, 발현되는 영성적 교류의 장이다. 그는 누스페어가 집단지성과 인간의 정신적 유산이 한데 어우러진 인류의 ‘문명사적 혁명’으로, 가상화를 통해 국경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통합된 인류로 정체성의 혼란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한다. “언젠가 인류의 이동 현상이 심해지면, (이미 상품이나 자본, 정보가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듯이) 지리적 국..

한정식: 《사진산책》, 일상 속에서 건져낸 사진이야기

한정식: 《사진산책》, 일상 속에서 건져낸 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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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이 많았던 한정식 님의 다른 책과는 달리, 당신이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것을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어려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겹치는 글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산책》은 반가운 책이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참 곱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연세를 알 수 없지만 육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듣는 내내 참으로 이것이 우리 말이 아닐까 느꼈다. 정작 우리 말을 모르니 느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정겨운 우리 말로 물어보는 그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 대답하지 않아도 될 말을 계속 했다. 그런데 참 바보스러운 것은 내 말이다. 쉽게 말해도 될 것을 알아듣기 힘든 말밖에 할 수 없으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어려운 말이 많았던 한정식 님의 다른 책과는 달리, 당신이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것을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어려운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겹치는 글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산책》은 반가운 책이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참 곱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연세를 알 수 없지만 육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듣는 내내 참으로 이것이 우리 말이 아닐까 느꼈다. 정작 우리 말을 모르니 느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정겨운 우리 말로 물어보는 그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 대답하지 않아도 될 말을 계속 했다. 그런데 참 바보스러운 것은 내 말이다. 쉽게 말해도 될 것을 알아듣기 힘든 말밖에 할 수 없으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요구함 없이 알림판을 놓는 자유로운 작가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요구함 없이 알림판을 놓는 자유로운 작가

보고 읽고 쓰기/책

책을 펼치니 앞 장이 책 몸과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읽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안타깝더군요. 재주는 없지만 보이는 풀로 붙여 놓습니다. '문학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1948년 장폴 사르트르가 고민한 자국이 궁금합니다. 이제 조심스레 펼쳐봅니다.(잠시 후) 작가는 ‘쳇! 내 독자는 겨우 3천 명 정도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되며, 반대로 ‘만일 모든 사람이 내가 쓴 것을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중략) 작가란 아직도 이름 지어지지 않은 것 혹은 감히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작가란 사랑이라는 말과 미움이라는 말을 〈솟아나게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말들과 함께, 아직도 제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던 사..

책을 펼치니 앞 장이 책 몸과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읽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안타깝더군요. 재주는 없지만 보이는 풀로 붙여 놓습니다. '문학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1948년 장폴 사르트르가 고민한 자국이 궁금합니다. 이제 조심스레 펼쳐봅니다.(잠시 후) 작가는 ‘쳇! 내 독자는 겨우 3천 명 정도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되며, 반대로 ‘만일 모든 사람이 내가 쓴 것을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중략) 작가란 아직도 이름 지어지지 않은 것 혹은 감히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작가란 사랑이라는 말과 미움이라는 말을 〈솟아나게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말들과 함께, 아직도 제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던 사..

이로: 《책등에 베이다》, 우윳빛 가위 사건

이로: 《책등에 베이다》, 우윳빛 가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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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를 본 순간 어릴 적 사건이 펼쳐진다. ‘책등에’라는 앞글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우윳빛 속살을 봤다. 맨살이 가위에 베이면 이렇게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 온통 그 속살에 마음을 뺏겼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책등에’가 궁금했다. ‘아, 책 이름 적는 곳이 그것이구나. 책등에 베이면 하얀 속살이 보일까’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가위 사건을 겪은 나로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우윳빛 속살에 마음을 뺏긴 것처럼 하얀 표지에 정신을 잃는다. 도서관과 서점은 책을 기본으로 하지만 무척 다른 공간이다. 도서관의 책들은 빌려지거나 읽혀지거나 참고되기 위해 있고, 서점의 책들은 대부분 판매와 소유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도서관..

'베이다'를 본 순간 어릴 적 사건이 펼쳐진다. ‘책등에’라는 앞글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우윳빛 속살을 봤다. 맨살이 가위에 베이면 이렇게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 온통 그 속살에 마음을 뺏겼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책등에’가 궁금했다. ‘아, 책 이름 적는 곳이 그것이구나. 책등에 베이면 하얀 속살이 보일까’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가위 사건을 겪은 나로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우윳빛 속살에 마음을 뺏긴 것처럼 하얀 표지에 정신을 잃는다. 도서관과 서점은 책을 기본으로 하지만 무척 다른 공간이다. 도서관의 책들은 빌려지거나 읽혀지거나 참고되기 위해 있고, 서점의 책들은 대부분 판매와 소유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