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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진 작품도 좋지만…흰 참새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기사를 읽어 보셨는지?

혹시 "사진 작품도 좋지만…흰 참새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기사를 읽어 보셨는지?

열정으로 찍은 사진, 냉정하게 적은 글

기사는 사진을 찍는 사람(사진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네)이 사진에 찍히는 대상에 가하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 춘천에 흰 참새가 발견된 모양이다.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사람들이 흰 참새를 찍기 위해 너도나도 셔터를 눌렀는데 문제는 사진을 찍는 방법이다. 개방된 장소에 모이를 두고 참새를 유인해 촬영하는 방식 탓에 참새가 천적에 노출돼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기사는 "정말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당장, 편하게 찍기 위해 연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지켜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라는 공감되는 말로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주목할 점은 없어보인다. 단지 해당 기사에 첨부된 몇 장의 사진이 좋은 글의 의도와 맞물리지 않는다. 생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지목하면서 정작 사진을..

기사는 사진을 찍는 사람(사진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네)이 사진에 찍히는 대상에 가하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 춘천에 흰 참새가 발견된 모양이다.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사람들이 흰 참새를 찍기 위해 너도나도 셔터를 눌렀는데 문제는 사진을 찍는 방법이다. 개방된 장소에 모이를 두고 참새를 유인해 촬영하는 방식 탓에 참새가 천적에 노출돼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기사는 "정말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당장, 편하게 찍기 위해 연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지켜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라는 공감되는 말로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주목할 점은 없어보인다. 단지 해당 기사에 첨부된 몇 장의 사진이 좋은 글의 의도와 맞물리지 않는다. 생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지목하면서 정작 사진을..

스완네 집쪽으로: 달콤한 사탕

스완네 집쪽으로: 달콤한 사탕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민음사의 「스완네 집 쪽으로」으로는 두 권으로 갈무리된다. 첫 권은 (실제로는 초록 계통의 색이지만) 색이 바랜 탓인지 내게는 약간 헛구역질이 날듯한 민트색으로 보인다. 조금은 두려운 맛이지만 가끔 끌리는 날이 있는 색상이다. 특정한 색상의 이름만으로 맛이나 향을 나타내는 것이 더러 있다. 민트색도 그런 종류 가운데 하나이다. 민트의 향과 맛에 익숙해질 때쯤 나는 두 번째 색상,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보라색의 책을 꺼내 들었다. 이때가 벌써 2년 전 과거 얘기가 됐지만 말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도무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끝도 없는 우물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읽기 ..

민음사의 「스완네 집 쪽으로」으로는 두 권으로 갈무리된다. 첫 권은 (실제로는 초록 계통의 색이지만) 색이 바랜 탓인지 내게는 약간 헛구역질이 날듯한 민트색으로 보인다. 조금은 두려운 맛이지만 가끔 끌리는 날이 있는 색상이다. 특정한 색상의 이름만으로 맛이나 향을 나타내는 것이 더러 있다. 민트색도 그런 종류 가운데 하나이다. 민트의 향과 맛에 익숙해질 때쯤 나는 두 번째 색상,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보라색의 책을 꺼내 들었다. 이때가 벌써 2년 전 과거 얘기가 됐지만 말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도무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끝도 없는 우물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읽기 ..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R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R

집생

R은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친구들이 놀러 왔고 밤늦게까지 재잘거리며 즐거워했다. R은 내가 R 나이 때 했음 직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경험하지 못 한 일을 겪었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R이 중학교에 다니지 못 했을 때 나와 M은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고 두렵기까지 했다. 지금 느끼는 편안함은 아마도 R이 나 그리고 M도 겪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안도감 반대편에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입학을 기다리는 R을 보고 있으면 R이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는 잊고 싶은 어떤 장면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현듯 떠올라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R은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친구들이 놀러 왔고 밤늦게까지 재잘거리며 즐거워했다. R은 내가 R 나이 때 했음 직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경험하지 못 한 일을 겪었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R이 중학교에 다니지 못 했을 때 나와 M은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고 두렵기까지 했다. 지금 느끼는 편안함은 아마도 R이 나 그리고 M도 겪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안도감 반대편에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입학을 기다리는 R을 보고 있으면 R이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는 잊고 싶은 어떤 장면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현듯 떠올라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밤에 우리 영혼은 날씨 얘기로 서로 의지한다

밤에 우리 영혼은 날씨 얘기로 서로 의지한다

보고 읽고 쓰기/영화

날씨 얘기만큼 사교적인 것도 없다. 애디와 루이스도 남들과 같이 날씨 얘기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디 생각에 그들에게 그런 얘기는 별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애디와 루이스는 서로나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빠르게 서로를 알아간다.재미있는 것은 이 날씨 얘기가 서로 떨어지게 되면서 중요한 얘깃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왜 하찮은 날씨 얘기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됐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같이 있을 땐 인식의 문제였지만 떨어진 애디와 루이스는 이제 존재의 문제로 서로 더 애틋함을 느낀다. 즉 그들은 전화 너머 들리는 서로의 목소리로 위안을 받는다.몇 장의 영화 스냅샷에서 고른 사진이다. 나는 이 장면이 좋았던 것 같다. 애디와 루이스가 와인 잔을..

날씨 얘기만큼 사교적인 것도 없다. 애디와 루이스도 남들과 같이 날씨 얘기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디 생각에 그들에게 그런 얘기는 별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애디와 루이스는 서로나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빠르게 서로를 알아간다.재미있는 것은 이 날씨 얘기가 서로 떨어지게 되면서 중요한 얘깃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왜 하찮은 날씨 얘기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됐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같이 있을 땐 인식의 문제였지만 떨어진 애디와 루이스는 이제 존재의 문제로 서로 더 애틋함을 느낀다. 즉 그들은 전화 너머 들리는 서로의 목소리로 위안을 받는다.몇 장의 영화 스냅샷에서 고른 사진이다. 나는 이 장면이 좋았던 것 같다. 애디와 루이스가 와인 잔을..

선택의 허무감이 밀려오는 영화 인 디 에어

선택의 허무감이 밀려오는 영화 인 디 에어

보고 읽고 쓰기/영화

영화가 끝나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나는 뭔가 다른 결말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인류는 공동체로 생활하며 서로를 지키며 살았다. 밖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을 공동체의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밖의 위협보다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협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도 빙헴은 그런 인류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자화상인지 모르겠다.그러나 이 허무함은 무엇인가? 사진은 늘 다른 매체보다 메시지를 전달함에 느리고 또 느리다. 이는 인식의 문제보다는 존재의 문제다. 늘 거기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현상을 사진은 보여준다. 물론 사진을 통해 드러난 명백한 존재는 인식을 방해할지 모른다. 빙헴이 한 손..

영화가 끝나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나는 뭔가 다른 결말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인류는 공동체로 생활하며 서로를 지키며 살았다. 밖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을 공동체의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밖의 위협보다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협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도 빙헴은 그런 인류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자화상인지 모르겠다.그러나 이 허무함은 무엇인가? 사진은 늘 다른 매체보다 메시지를 전달함에 느리고 또 느리다. 이는 인식의 문제보다는 존재의 문제다. 늘 거기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현상을 사진은 보여준다. 물론 사진을 통해 드러난 명백한 존재는 인식을 방해할지 모른다. 빙헴이 한 손..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난다 -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질문에 따른 관찰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난다 -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질문에 따른 관찰

보고 읽고 쓰기/파편읽기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난해해지지만 점점 확실해지는 것도 있다. 왜 저널탐사, 즉 관찰이 중요한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걸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관찰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 수 있다. 질서는 아주 작은 균열을 발견하면 혼란으로 인식된다.사진 작업을 하는 개인 혹은 단체 가운데 사진 작업의 목적이 ‘수집’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대한 촬영자의 의식을 배제하고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 언제 사용될지는 모르지만, 훗날 가치 있는 작업이길 바란다. 꽤 그럴 듯하다. 늘 의문이 드는 것은 ‘의식 배제’의 가능성이다. 촬영자가 의식적으로 의식을 배제하며 무의식적으로 촬영을 하면 무덤덤하고 객관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사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전제와 중..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난해해지지만 점점 확실해지는 것도 있다. 왜 저널탐사, 즉 관찰이 중요한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걸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관찰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 수 있다. 질서는 아주 작은 균열을 발견하면 혼란으로 인식된다.사진 작업을 하는 개인 혹은 단체 가운데 사진 작업의 목적이 ‘수집’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대한 촬영자의 의식을 배제하고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 언제 사용될지는 모르지만, 훗날 가치 있는 작업이길 바란다. 꽤 그럴 듯하다. 늘 의문이 드는 것은 ‘의식 배제’의 가능성이다. 촬영자가 의식적으로 의식을 배제하며 무의식적으로 촬영을 하면 무덤덤하고 객관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사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전제와 중..

중등검정고시를 준비하는 R

중등검정고시를 준비하는 R

집생

3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첫 번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예상했던 대로 합격하지 못했고 두 번째 치른 시험 역시 합격하지 못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앞으로 중등검정고시를 대비해 “학교 밖에서 시험은 이렇게 치르는 구나” 정도의 경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부모 속마음이야 그렇지는 않다. 덜컥 붙었으면 얼마나 좋을까.R이 시험에 떨어진 것이 절실한 마음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아직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은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보다 앞으로 있을 중등검정고시가 문제이다. 늘 그렇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R에게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검정고시는 매년 4월과 7월, 두 번 시행한다. 혹시나 R이 고등학교를 다닐지도 모른..

3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첫 번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예상했던 대로 합격하지 못했고 두 번째 치른 시험 역시 합격하지 못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앞으로 중등검정고시를 대비해 “학교 밖에서 시험은 이렇게 치르는 구나” 정도의 경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부모 속마음이야 그렇지는 않다. 덜컥 붙었으면 얼마나 좋을까.R이 시험에 떨어진 것이 절실한 마음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아직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은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보다 앞으로 있을 중등검정고시가 문제이다. 늘 그렇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R에게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검정고시는 매년 4월과 7월, 두 번 시행한다. 혹시나 R이 고등학교를 다닐지도 모른..